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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촛불광장 보며 민주화 희망에 가슴 벅차 하시더니…”

등록 2017-02-12 19:13수정 2017-02-12 20:12

고 오정환 동아투위 위원을 보내며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동아투위 주관으로 고 오정환 동아투위 위원의 영결식이 ‘언론인장’으로 진행됐다.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동아투위 주관으로 고 오정환 동아투위 위원의 영결식이 ‘언론인장’으로 진행됐다.
자유언론실천운동의 동지이자 존경하는 벗인 오정환 선생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하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지난 3일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남편이 분당제생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병세가 위중해서 동아투위 분들을 뵙고 싶다고 하시네요.” 지난 달 중순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벗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들은 직후여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동지들과 달려가니 선생은 수척한 얼굴로 말씀하셨어요. “저는 이 세상에서 한판 잘 놀고 간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오래 사시면서 좋은 일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선생과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날 웃음 띈 얼굴로 제개 부탁하셨습니다.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투위가 장례를 치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말씀이 유언이 되리라고 어찌 알 수 있었겠습니까?

1968년에 동아일보사 기자로 입사하신 선생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대의와 원칙에 충실한 분이셨습니다.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이 ‘긴급조치 1호’로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던 74년 3월 초순 동아일보사의 젊은 언론인들은 사주의 전제적 경영을 비판하면서 기습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그때 <동아방송> 사회문화부에서 법조 출입기자였던 선생은 결연하게 노조 창립의 주역으로 참여하셨습니다. 이어 그해 10월24일 동료 200여명과 함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뒤 박정희 정권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이듬해 3월17일 새벽 투쟁의 주역 113명이 거리로 쫓겨나 결성한 동아투위에도 참여한 선생은 42년 동안 따듯한 동지애와 굳건한 투지로 자유언론 회복을 위한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투위’를 위해서라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한 명예회복과 배상을 위한 법정 투쟁을 벌일 때마다 법무팀의 핵심 요원으로서 소송문건 작성을 주도하고 어용화한 사법부에 대응하는 이론과 방법을 개발하셨습니다.

지난해 초가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박근혜가 촛불혁명에 압도당해 탄핵소추를 받게 되자 선생은 동지들과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그렇게도 바라던 민주화가 이제야 이루어질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선생은 ‘그날’을 보지 못 하신 채 먼저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동지들의 마음은 더욱 쓰리고 아픕니다.

선생은 젊은 시절부터 특정 종교에 얽매이시지 않고 자유로운 명상과 참선에 몰입하셨습니다. 앞서 세상을 떠나신 동아투위 위원 스물다섯 분과 함께 자유롭고 평화로운 곳에서 영생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동지 오정환 선생이시여! 먼 길 부디 평안하게 가시옵소서!

김종철/동아투위 위원장·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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