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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한평생 염원한 ‘동북아 평화공동체’ 이어가겠습니다”

등록 2018-02-28 21:39수정 2022-03-17 12:16

[가신이의 발자취] 이토 나리히코 선생님 영전에

2010년 8월 평화통일시민연대와 일본 시민평화포럼위원회가 서울에서 열린 ‘제4회 한·일 엔지오 평화포럼’에서 이장희 교수(왼쪽)가 이토 나리히코(오른쪽) 교수와 함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있다.
2010년 8월 평화통일시민연대와 일본 시민평화포럼위원회가 서울에서 열린 ‘제4회 한·일 엔지오 평화포럼’에서 이장희 교수(왼쪽)가 이토 나리히코(오른쪽) 교수와 함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별세하신 이토 나리히코 일본 주오대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한 분이었습니다.

제가 이토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2003년 고인의 친한 벗인 한승헌 변호사님의 소개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때 고인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국제전범으로 단죄하는 모의전범재판소를 도쿄에서 열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국제법 전공자로서 저도 5명의 모의법정 재판관 중 한 사람으로 참여했습니다.

고인은 한국의 민주화, 동아시아 평화, 일본 정부의 평화헌법 준수를 위해서 학자로서 글과 행동으로 동시에 실천운동을 하셨습니다. 이런 연유로 고인은 한국을 자주 방문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때 구명운동을 벌이던 상황을 자랑스럽게 들려준 적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고인은 아시아 평화와 인권운동을 위해 많은 연구와 활동을 국제적으로 펼치셨습니다. 특히 일본 평화헌법 제9조를 지키는 모임에 깊이 관여하였습니다. 또 평화헌법에 대한 저술도 내셨고, 한국판 번역서도 냈습니다. 그 책의 서문에 추천사를 제가 쓴 인연도 있습니다.

제가 상임대표로 있는 평화통일시민연대와도 2007년 7월 ‘제1회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 엔지오 간 국제세미나’(재일한국와이엠시에이호텔)를 시작으로 4차례나 공동 주최하였습니다. 이때 ‘제1회 세미나 논문집’에 실린 기조연설에서 그는 ‘1971년 김대중씨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에 맞서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김대중’ 이름을 처음 알게 됐지만, 매우 감동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또 1943년 카이로 선언이 실제로 실천되었다면, 한반도 분단도 일어나지 않았고, 제주 4·3학살, 한국전쟁 그리고 유신군사독재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또 일제의 식민지 과거사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미국과 협력해 한국 분단에 깊이 간여했다며, 일본의 책임을 지적했습니다. 조선 식민지 침략의 이념이 일본의 역사 속에서 이미 그 뿌리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아시아 미래를 위한 제안으로서 동북아 평화공동체 창설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본 평화헌법을 지키는 것이 그 대전제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또 동아시아 평화는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한·일 두 나라의 국가이기주의를 넘어선 민간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이토 교수는 일본의 양심적인 학자로서, 평화운동가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 온몸을 던지셨습니다. 별세 뒤 100일째인 지난 25일 주오대에서 열린 추모 모임에서 선생의 삶과 뜻을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선생님은 가셨지만, 생전에 그렇게 염원하셨던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후진들이 매진하겠습니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일 친선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진력하신 선생님께 새삼 고마움의 고개를 숙입니다. 삼가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이장희/한국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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