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김윤식 교수 빈소 조문행렬
상주는 제자들과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
시인·소설가·평론가들 찾아와 고인 회고
도종환 장관 “선생님 책으로 문학 기초 쌓아”
26일 오후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5일 별세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2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일본의 문학 연구자 에토 준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소세키와 그의 시대> 같은 연구서로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준 에토가 평생 자식도 없이 글만 썼다는 사실을 특히 강조했다. 김 교수 역시 후사가 없었다.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그의 빈소는 자식 대신 제자들이 지켰다.
정호웅(홍익대)·김종철(서울대)·서경석(한양대) 교수와 문학평론가 정홍수 강출판사 대표, 그리고 법학자인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상주 격으로 고인의 부인과 함께 조문객들을 맞았다. 시인 이근배·오세영·허혜정·곽효환씨, 소설가 최일남·오정희·성석제·김인숙·김연경·강영숙·하성란·윤성희·편혜영·이경자·서하진·이인화씨, 문학평론가 박동규·김선학·이동하·장경렬·이숭원·김종회·전영태·하응백·권성우·유성호·손정수·김인환·김영찬·심진경·백지연씨, 유정아 전 아나운서, 그리고 역사학자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헌재 전 부총리,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선생님이 학교의 보직은 아예 맡지 않으셨는데 1995년 제가 서울대학교 본부 기획실장을 할 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추천 일은 맡아 주셨어요. 제가 쓴 글을 읽고 격려도 해주셨지요. 선생님이 이병주기념사업회에 관여하시면서 저더러 이병주 전기를 써보라고 하셔서 지금 쓰는 중입니다. 해방 이후, 특히 4·19 뒤 일제 말 학병 세대 지식인들에 관한 평가가 끊어진 느낌이 있다며, 그 가교 역할을 하자고 권하셨지요. 그렇게 한국사를 포함해 통합 인문학에 관한 얘기를 자주 나누었고 예술에 대한 갈구도 공유한, 저에게는 사표 같은 선배셨습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윤식 교수의 빈소를 찾아 상주들을 위로하고 있다.
안경환 전 위원장은 국문학자와 법학자 사이의 인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도종환 장관도 “대학 때 선생님의 책을 가지고 문학에 대한 기초를 쌓을 수 있었다”며 “워낙 열심히 발로 뛰면서 연구하시는 열정이 놀라웠고, 특히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현역으로 공부하고 글쓰는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90년대 초에 여러 문인들이 중국 문학 답사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저녁이면 다들 술도 마시고 여흥도 즐기는데 선생님만은 방에 틀어박혀 계속 공부를 하시더라”며 “그래도 돌아가신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과는 특히 각별하셔서 박 선생님 얼굴을 보면 표정이 밝아지셨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소설가 김인숙씨는 “1983년 신춘문예에 당선했을 때, 선생님이 다른 당선자들 작품과 같이 내 소설을 평하면서 ‘가장 엉성한 문장으로 가장 참신한 작품을 썼다’고 하셨던 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며 “이제 누가 선생님처럼 성실하게, 애정을 가지고 작품 평을 해줄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2011년 별세한 박완서 선생의 장례 때에도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을 받지 않았는데, 김윤식 교수의 빈소에서도 조의는 물론 조화도 받지 않았다. 28일 아침 발인에 앞서 27일 오후 5시 장례식장 행사장에서는 추모식이 열린다. 김종회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열리는 추모식에서는 이근배 시인이 조시를, 제자인 이동하·정홍수씨와 소설가 권여선씨가 조사를 읽고, 소설가 성석제씨와 제자인 손정수·권보드래씨가 고인의 글을 낭독한다.
[그 작가 그 공간] 문학평론가 김윤식 (2012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