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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전국 방방곡곡 뿌려놓은 ‘민주화의 씨앗’ 일궈가겠습니다”

등록 2020-02-24 22:06수정 2022-03-17 12:10

[가신이의 발자취] 최병욱 전 가톨릭농민회장님 영전에
충남 공주에서 평생토록 유기농을 실천하며 전국가톨릭농민회장을 지낸 고 최병욱 의원은 2013년 2월 세종시의 한 아파트 앞에서 직접 수확한 고구마를 구워팔며 농촌살리기를 역설하기도 했다. 사진 <세종의 소리> 제공
충남 공주에서 평생토록 유기농을 실천하며 전국가톨릭농민회장을 지낸 고 최병욱 의원은 2013년 2월 세종시의 한 아파트 앞에서 직접 수확한 고구마를 구워팔며 농촌살리기를 역설하기도 했다. 사진 <세종의 소리> 제공

최병욱 회장님! 회장님을 떠나보낸 지 벌써 1주일이 되었습니다. 지난 18일 회장님 소천 소식을 접하고 전국가톨릭 농민회 동지들과 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회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회장님과 인연을 서로 나누며 다시 만날 수없는 아쉬움과 슬픔을 이야기 했습니다. 엊그제는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동지들께서 삼우제도 다녀왔습니다. 가족들께서는 민주화운동에 보태라며 500만원의 조의금을 맡겨주시기도 했습니다.

회장님의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면, 너무 고생스런 삶을 사셨습니다. 올해가 한국전쟁 70돌입니다. 피난통에 가족이 흩어지고 어린 시절부터 평생동안 잊을 수 없는 온갖 고생을 다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이겨내고 가톨릭노동청년회 활동과 전국가톨릭농민회 회장, 민주헌법쟁취대전충남 공동대표와 한겨레민주당 활동 그리고 14대 국회의원까지 사회와 나라를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초대 이사장으로 말년까지 후진들을 보듬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산증인이셨고 고비마다 큰 역할을 해준 대전·충남의 큰어른이셨습니다. 가톨릭농민회장 재임 시절인 1976년 ‘함평 고구마 사건’이 터지자 전국 단위로 농민회를 조직해 50·60년대 농민운동의 단절을 깨고 2년 넘게 투쟁을 이끌었고 마침내 정부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1979년에는 강원 영양군에서 불량씨감자를 공급하여 농사를 망친 사건 때도 가톨릭농민회 중심으로 투쟁을 벌여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신 말기인 1979년 중앙정보부 기관원들이 농민지도자 오원춘을 납치하여 폭행하고 울릉도에 유기한 사건 때는 진상규명 투쟁에 앞장서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끝내 옥살이를 하셨습니다.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대전 성남동에 있던 전국가톨릭농민회 본부는 농민들은 물론 전국 민주화 운동권의 피난처였습니다. 덕분에 농민회관에서는 엄혹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민주화 운동가들 모여 중요한 회의를 열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이 뿌려놓은 대전·충남의 농민 조직 덕분에 1987년에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대전충남본부를 통하여 직선제 싸움을 주도했고 6월 항쟁의 불꽃을 충남지역의 군단위에도 피어낼 수 있었습니다.

‘정치가 살아야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하신 회장님은 돌아가시는 전 날까지도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는 손자뻘의 젊은 정치인을 격려하셨습니다.

불꽃같은 삶을 사시고 우리 곁을 떠나신 회장님! 그 큰 그늘에 이제는 우리가 의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땡볕에 버려진 고아처럼 막막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회장님께서 못 다 하신 민주화와 민생과 민주정치의 성취를 통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발전해 나가는 길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장님의 뜻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일에 게을히 하지 않겠습니다.

그간의 노고를 모두 내려놓으시고 고이 잠드소서.

김병국 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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