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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겨울여자’ 작가 조해일 별세

등록 2020-06-19 13:44수정 2020-06-19 17:04

ⓒ박균수
ⓒ박균수
소설가 조해일(본명 조해룡)씨가 19일 오전 12시18분 별세했다. 향년 79.

고인은 1941년 만주 하얼빈 부근에서 태어나 해방과 함께 귀국했다.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매일 죽는 사람’이 당선해 등단했으며 1974년에 첫 작품집 <아메리카>를 펴냈다. 그의 초기 중단편의 주제는 “도시화의 화려한 외관과 거기에 숨겨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고통”이라고 문학평론가 서영인은 설명한다. 첫 작품집의 표제작인 중편 ‘아메리카’는 경기도 동두천의 미군부대 기지촌 여성의 비극적 죽음을 계기로 기지촌 여성들의 소외된 삶과 한·미 관계의 일그러진 본질을 들춰낸 문제작이었다.

그가 1975년 <중앙일보>에 연재한 장편 <겨울여자>는 연재 뒤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1977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동료 소설가 김승옥이 각본을 썼고, 장미희와 신성일이 주연을 맡았다. 가수 김세화가 부른 주제가 ‘눈물로 쓴 편지’ 역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겨울여자>는 흔히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과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와 함께 70년대 ‘호스티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거론되지만, <겨울여자>의 주인공 이화는 대학생 출신이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주체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주인공 이화가 철거 대상 마을에서 야학을 하는 빈민운동가의 연인이 되어 그와 함께 활동하는 소설 뒷부분에서는 그의 중단편에서 보았던 사회 비판 의식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작가는 1991년에 낸 개정판 후기에서 이 작품을 가리켜 “70년대에나 나올 수 있었을 법한 기형적인 연애소설(의 탈을 쓴 정치우화소설)”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는 이 밖에도 소설집 <왕십리> <무쇠탈> 등과 장편 <갈 수 없는 나라> 등을 냈다. 1986년에 연작 단편집 <임꺽정에 관한 일곱 개의 이야기>를 낸 뒤로는 거의 절필하다시피 했다. 1981년부터는 모교인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등단한 제자들로는 소설가 구병모 김언수 김종옥 노희준 손보미 조수경 최정화 등이 있다. 그는 경희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최근까지도 광화문 촛불집회와 세월호 유가족 지지 농성, 사회적파업연대기금 투쟁 현장과 문화제 등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사회적 발언을 이어 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굉미씨와 아들 대형씨가 있다. 빈소는 경희의료원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21일 오전 9시에 있다. (02)958-9721.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2012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석한 소설가 조해일.
2012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석한 소설가 조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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