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자 한국문학 번역가인 케빈 오록 경희대 명예교수. 가톨릭평론 제공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신부이자 한국문학 번역자이기도 한 케빈 오록(
사진) 경희대 명예교수가 23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에서 선종했다. 향년 80.
1939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오록 교수는 1963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8월 한국에 파견되어 춘천교구 소양로성당에서 보좌신부로 한국 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77년부터 경희대 영어영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1982년 연세대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한국문학 연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헌신한 일은 번역이었다. 오록 교수는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 문학의 영어 번역에 매진해 최인훈의 <광장>과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소설, 서정주 시선집과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같은 시를 번역해서 영국과 미국의 유수의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2017년에는 조선 시대 시를 옮긴 <더 북 오브 코리안 포에트리: 조선왕조>로 제25회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상을 받았다. 또 이듬해인 2018년에는 제1회 롯데출판문화대상(해외번역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대산문학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얼과 문학성을 살린 가독성 높은 번역이자 40여년간 한국문학 번역에 매진한 해외 연구자의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오록 교수는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88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고전 작품을 번역 소개하는 일을 시작해, 신라부터 20세기까지 한국 시 전통을 전반적으로 소개한다는 커다란 계획을 세웠고 이번 수상작은 그 계획의 마지막 결과물”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이런 업적을 평가받아 그는 2009년 한글날엔 한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보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10년에는 한국과 아일랜드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온 공을 인정받아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에 자신의 이름을 딴 ‘오록도서관’을 헌정받기도 했다.
케빈 오록 교수의 빈소는 서울 은평성모병원에 차려졌다. 입관예절은 25일 오후 3시이고 발인은 26일 오전 5시45분이며, 장례미사는 26일 오후 5시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서울본부에서 열린다. 장지는 춘천 부활성당 추모관이다. (02)2030-4444.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가톨릭평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