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순경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평화통일운동에 헌신해 온 여성신학자 박순경 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오전 9시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7.
고인은 특히 남북 통일과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후반기 일생을 고스란히 바쳤다. 1989년 범민족대회 남북 실무회담에 학계 대표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000~14년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고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고문 등을 맡았다. 1991년에는 재일본 대한기독교단 주최 통일 세미나에서 북한 주체사상을 지지하는 강연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108일 만에 집행유예로 석방되기도 했다.
1923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난 그는 감리교 신학대와 서울대 철학과를 나왔다. 미국 드류대 대학원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일하다 1988년 은퇴했다.
고인은 국내 대표적인 여성신학자로서 한국신학의 범주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8년부터 제3세계 에큐메니컬 신학자협의회(EATWAT) 한국 책임자 등을 맡았고, 1980~85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과 직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1980~82)·한국여성신학회 초대 회장(1982~88) 등을 지내면서 가부장적 사고에 빠져 있던 신학계에 여성 신학도와 학자들의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등 광범위한 활약을 펼쳤다.
<한국민족과 여성신학의 과제>(대한기독교서회)를 비롯해 <민족통일과 기독교>(한길사), <통일신학의 미래>(사계절) 등의 저서를 통해 통일신학과 여성신학을 제창했다. 장례는 통일사회장(이창복·함세웅·김상근·청화·김희선·이규재·한충목·김재연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치른다. 상주는 독신이었던 고인을 모시고 산 제자 김애영 한신대 교수다. 빈소 서울대병원, 발인 26일 오전 7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지다. (010)2253-4058. (02)2072-2016.
고명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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