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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끝내 가족 못 보고…” 장기수 박종린 선생 별세

등록 2021-01-26 18:41수정 2021-01-27 13:56

아내와 백일 안 된 딸 두고
59년 남파돼 6개월 만에 체포
34년 옥살이 끝 병보석 석방
2007년 방북에도 가족 못 만나
박종린 선생.                범민련 누리집 갈무리
박종린 선생. 범민련 누리집 갈무리
비전향장기수 박종린 선생이 26일 새벽 1시49분께 인천의 한 병원에서 대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9.

1933년 중국 길림성 훈춘현의 한 마을에서 5형제 중 넷째로 태어난 고인은 해방 후 북한으로 갔고, 1948년 15살에 북한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한국전쟁 이후 인민군에 자원입대한 그는 소령(소좌)까지 진급했고, 1959년 6월 연락책으로 남파됐다. 아내와 태어난 지 백일이 채 되지 않은 딸을 두고 남한에 왔던 고인은 앞서 파견된 조직원에게 지령을 전달하고 북한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복귀가 지연되다가 남파 6개월 만에 체포됐다. ‘모란봉 간첩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몰래 반입한 라디오로 북한 방송을 들었다가 적발돼 1976년께 다시 한번 재판에 회부됐다. 두번째 재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쌍무기수’로 널리 알려졌다.

오랜 수감생활로 몸이 약해진 고인은 1993년 체중이 4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져 병보석을 받고 교도소를 나왔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후 발표된 6·15공동선언에 따라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북한으로 송환했지만 고인은 송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가 교도소를 나올 때 교회쪽에서 대신 써준 신변각서를 정부가 ‘종교 전향’으로 판단했다는 이유였다.

고인은 2007년 6월 평양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7주년 기념 민족통일 대축전에 남쪽 대표단 일원으로 북녘 땅을 밟았지만 행사가 파행을 겪으면서 가족들의 손을 잡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보기만 했다.

2차 송환대상자였던 고인은 2017년 녹내장 수술을 받고, 2018년 초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받았으나 과거 고문과 오랜 투옥 생활로 인한 숙환 등이 겹치면서 생을 마감했다. 유족으로는 딸 옥희씨가 있다. 고인의 딸은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도 일했다.

빈소는 인천사랑병원 장례식장이다. 추도식은 27일 오후 6시이고, 발인은 28일 오전 6시다. 장지는 비전향장기수들이 묻혀있는 서울 금선사다. (032)441-0404. (부의 계좌:신한 110-274-124905 원진욱(박종린 선생 민족통일장 공동집행위원장))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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