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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잡은 손 사이 평화 꽃피어나다

등록 2006-02-07 18:53수정 2006-02-08 18:04

종교로 인한 갈등을 끝내고 평화의 기운을 심기 위해 6일부터 18일 간 세계 종교 성지 순례를 떠나는 가톨릭 수녀, 불교 스님, 원불교 교무 등 3대 종교 여성 수도자들이 출발에 앞서 6일 전북 익산 원불교 총부에 들러 교조 박중빈 대종사 성탑 주위에 손을 맞잡고 화해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영광/조연현 기자
종교로 인한 갈등을 끝내고 평화의 기운을 심기 위해 6일부터 18일 간 세계 종교 성지 순례를 떠나는 가톨릭 수녀, 불교 스님, 원불교 교무 등 3대 종교 여성 수도자들이 출발에 앞서 6일 전북 익산 원불교 총부에 들러 교조 박중빈 대종사 성탑 주위에 손을 맞잡고 화해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영광/조연현 기자
종교, 평화 디딤돌과 다툼의 씨앗 사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테러의 절반 이상이 ‘종교 분쟁’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각 종교의 창시자와 종파들의 가르침과 달리 종교가 살생과 테러와 전쟁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것이다. 각 종교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치 않고 이해하거나 화해하지않은 탓이다. 과연 다름이 다툼의 원인이기만 한 걸까. 한국의 종교인들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보이는 ‘다름의 아름다움’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가톨릭·불교·원불교 여성 수도자 모임 ‘삼소회’
세계 성지순례 나서… 인도서 화합의 행보

가톨릭과 불교, 원불교의 여성 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 회원 17명이 7일 인도에 도착해 성지 순례를 시작했다. 델리를 거쳐 첫번째 순례지는 인도인들의 최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바라나시다.

삼소회 기원문
삼소회 기원문

자신의 죄를 씻고 정화하는 의식의 하나로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는 인도인들로 넘쳐나는 바라나시는 카시라고도 불리는데, ‘영적인 빛으로 충만한 도시’라는 뜻이다. ‘영적인 고향’으로 불리면서도, 힌두교와 이슬람의 인도-파키스탄간 분쟁 등 종교 갈등이 적지 않은 이 땅에서 한국의 각기 다른 종교인들이 빚은 하모니는 그 자체로 빛을 발했다. 삭발한 잿빛 승복의 비구니 스님들과 긴 머리에 쪽을 하고 치마 저고를 입은 원불교 정녀들, 머리에 베일을 입은 수녀들이 어우러진 모습에 인도인들은 신기해 하며, 놀라워 했다. 종교의 전시장인 인도에서도 이렇게 각기 다른 종교인들이 어울리는 모습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들은 8일 불교의 교조인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뒤 자신의 옛 도반이던 다섯 비구를 찾아와 그들은 모두 깨달음으로 이끈 녹야원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순례 여정에 나선다. 9일엔 이곳에서 법회를 여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로, 세계 불교계의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를 친견한다.

이들은 이어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를 돌고 인근 불가촉천민촌에서 천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친 뒤 영국 성공회와 퀘이커 공동체인 우드부룩을 둘러보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지 이스라엘로 향한다. 삼소회 수도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지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리고 가톨릭의 본부인 로마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고 귀국한다.

이들은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5~6일 1박2일 동안 전남 영광 원불교 영산성지와 익산 원불교 총부를 순례했다. 영산 성지는 원불교를 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태어나 자라고 깨달음을 얻은 곳이다.

삼색의 종교인들은 모두 함께 소태산의 대각비 앞에서 순례에 들어가는 기도를 했다. 6일 새벽엔 6시30분부터 성지 안 원불교 법당에서 평화 명상을 한 뒤 익산 총부를 찾았다. 원불교 교무들은 삼소회원들을 반기며, 찬송가와 찬불가로 화해의 멜로디를 선물했다. 삼소회원들은 소태산 대종사의 성탑에서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불렀다. 종교 간 화해와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이번 순례를 적극 후원한 원불교 최고 지도자 좌산 이광정 종법사는 “종교 때문에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번 순례가 세계의 갈등의 기운을 평화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수도자들이 순례를 하늘도 축복하는 듯 영광과 익산 등엔 밤새 서설이 내렸다.

바라나시/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기독교는 108배 하고 불교는 세례 받고

6대 종단 예비성직자 모임 ‘평화 고리’

개신교 참석자가 기독교의 세족 의식에 따라 스님의 발을 씼겨주고 있다.
개신교 참석자가 기독교의 세족 의식에 따라 스님의 발을 씼겨주고 있다.

종교를 갈등과 전쟁이 아닌 평화의 고리로 만들려는 종교인들이 있다. 벌써 14년째 해마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하고 춤추고 기도하는 예비성직자들이다.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6대 종단 예비성직자들의 모임인 ‘평화 고리’는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강원도 홍천 금강선원에서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종교 대화 캠프’를 연다. 올해 대화 주제는 ‘낳음, 살음, 죽음…’이다. 어느 종교인을 막론하고 가장 큰 관심사인 ‘삶과 죽음’에 대해 각 종교가 어떻게 보는지 대화하고, 자신의 사생관을 영성의 차원에서 나눈다. 또 셋째 날 밤 ‘등 만들기’프로그램에선 3일간 들여다본 각자의 삶과 죽음을 표현하게 된다. 참여자들은 3박4일 동안 공동체놀이와 조별토의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또는 모둠으로 만나 서로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묻고 답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다른 종교인들을 ‘이상한 사람’이나 ‘외계인’ 취급하던 이들도 다른 종교인도 자신처럼 삶을 고민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이들은 가톨릭의 유아세례와 불교의 108배 절, 개신교의 세족식 등 각 종교의식을 체험하고, 명상과 요가로 마음과 몸을 풀기도 한다.

평화 고리는 1993년 크리스천아카데미의 ‘종교간 대화 프로그램‘가운데 예비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청년대화캠프’에 참여했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이다. 대표 격인 연결고리는 개신교 민돈후 목사와 불교 진관 스님, 원불교 박성은 교무가 함께 맡고 있다.

민 목사는 “이번 캠프에서 점점 각박해져가는 이 세상의 싸늘한 공기에 평화의 기운을 하나 더하고자하는 마음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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