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2월 조계사 앞에서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왼쪽부터), 신희권 불교포커스 대표,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가 조계종의 언론 탄압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국불교언론인협회 제공
조계종이 비판적 보도를 해온 불교계 인터넷 매체들을 ‘해종(종단에 해를 끼치는) 매체’로 규정하고 종단 출입 금지 등 조처를 취했던 게 결국 해당 매체 대표에게 위자료를 무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조계종 총무원과 종단 기관지 <불교신문>은 올해 초 인터넷 매체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신문>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 항소 취하서를 냈다.
앞서 조계종 총무원은 자승 총무원장 재임 시절 종단 권력층의 비리와 범계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적으로 보도한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5년 넘게 ‘해종 언론’으로 지정해 취재·출입·접속·접촉·광고를 봉쇄(5금)해왔다.
이에 두 매체가 손배소를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1심 선고에서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신문>이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에 각각 15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계종이 ‘악성 인터넷 매체에 대한 공동 대응 지침’을 통해 이들 매체가 국정원과 결탁해 정보를 거래했다는 주장을 폈으나, 이를 수긍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매우 긴 기간 동안 취재 활동을 막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해 언론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를 크게 훼손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항소 취하와 관련해 “<불교닷컴>의 경우,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지난 3월 ‘5금 조치’를 해제했다”며 “그래서 항소도 취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닷컴>과는 원만하게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포커스>와는 별다른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희권 <불교포커스> 대표는 “조계종 총무원에서 어떤 상의도 해온 바 없다”며 “<불교포커스>에 대해 여전히 5금 조치를 취하며 언론 탄압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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