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위 참여 종교인 4명 사퇴…“정부 직무유기” 규탄

“탄소중립 의지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2050 탄소중립위윈회에 참여해온 종교인 4명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종교환경회의 제공

대통령 직속기구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해온 종교인 4명이 정부와 위원회 활동을 비판하며 위원 사퇴 입장을 밝혔다.

탄소중립위 국민참여 분과위원인 원불교 김선명 교무와 백종연 신부, 법만 스님, 안홍택 목사는 30일 서울 종로구 탄소중립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위원회 민간위원직을 내려놓는다”며 “위원회 구성과 활동이 너무도 촉박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 안과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안의 합리적인 도출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제출 시한에 쫓기며 준비된 시나리오와 2030 엔디시 안이, 특정 분야의 이해관계나 과도한 고려로 인해 탄소중립이라는 목적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또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9월24일 탄소중립위 2차 워크숍을 앞두고 더 과감하게 상향된 시나리오와 2030 엔디시 안을 만들 것을 촉구하였음에도, 정부 부처에서 준비한 내용과 워크숍 의견들을 들으며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듯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 쪽 위원장인 국무총리와 위원인 18명의 국무위원은 5월29일 출범식 직후 열린 전체회의 이후 단 한차례도 함께한 적이 없다”며 “정부가 탄소중립 의지가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이 통과되고 나서야 정부의 2030 엔디시 안이 탄소중립위에 제출됐는데, 이는 기본법에서 하한선으로 제시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맞춘 안이었고, 그마저도 국외 감축분이 포함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한선을 둔 이유가 정부 부처에서 그 정도까지만 준비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며 이렇게 안이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2009년 이후 10여년 동안 직무유기를 해온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