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계종지부 노조원들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부당해고 철회와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계종지부 제공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종단 직원들을 중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최종 확정 판결이 나왔다.
19일 불교계 얘기를 들어보면, 대법원은 14일 민주노총 조계종지부 심원섭 지부장 등 노조원 4명이 조계종유지재단 등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들에 대한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조계종 노조는 성명에서 “지난 2년 5개월 동안 해고자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노조 간부 2명을 원직 복직하고, 부당한 정직 처분을 당한 간부 2명에 대해서도 원상회복하는 등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어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조계종은 법원에서 지적한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더불어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종단 구성원으로서 상생의 문화를 이루길 기원한다”며 “나아가 조계종단의 발전을 가로막는 수많은 문제를 해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종단 운영과 혁신을 통해 종단이 거듭나는 데 우리 노조와 함께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계종 노조는 2019년 4월 전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재임 기간에 하이트진로음료와 감로수 생수사업을 하면서 제3자인 ‘㈜정’에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해 종단과 사찰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 쪽은 당시 고발 근거로 자승 스님이 ㈜정에 로열티 일부를 지급하도록 지시했다는 증언과 감로수 홍보·마케팅을 한다던 ㈜정이 서류상의 회사로, 주소가 서울 강남구 소재 I성형외과와 동일하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또 ㈜정에 자승 스님 친동생이 3년간 이사로 재직하고, 해당 성형외과 김아무개 원장이 7년간 자승 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로 등재됐던 점 등도 고발 근거로 삼았다.
이에 총무원은 노조가 충분한 사실관계 검토 없이 전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고발해 종단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심 지부장과 조계종 산하 도반에이치시 지회장 인아무개씨 등 조합원 2명을 해고하고, 다른 노조원 2명을 정직 처분했다. 그러자 심씨 등 조합원 4명은 법원에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노조원들의 고발과 회견은 목적과 경위 등에 비춰 공익성이 있고, 자승 스님의 비리 의혹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종단과 자승 스님의 평판을 다소 저해했더라도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종단 쪽은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에서 기각됐다.
1·2심 법원 모두 해고 무효를 확인하면서 조계종 쪽에 부당 노동 행 위에 따른 위자료 100만원을 노조에 지급하라고도 했다. 법원이 해고 무효 소송에서 사용자의 부당 노동 행위를 이유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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