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새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정순택 대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에 정순택(60) 베드로 대주교가 임명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 오후 7시(로마 현지시각 낮 12시)에 정 주교를 서울대교구 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로 임명했다. 정 대주교는 이날 교구장 임명과 동시에 주교에서 대주교로 승품됐다. 이에 따라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정 대주교가 한국 천주교에서 가장 큰 교구인 서울대교구를 이끌게 됐다.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는 이날 오후 7시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임명 감사 미사’가 봉헌됐다.
신임 교구장으로 임명된 정 대주교는 “하느님은 그야말로 ‘비욘드’(beyond)이시다. 우리 인간의 생각을 훨씬 넘으시는 분이시기에, 그분의 계획이나 생각을 우리가 미리 가늠하거나 헤아릴 수가 없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마음이 무겁고 두렵다”며 “부족한 제가 훌륭하신 전임 교구장님들의 길을 잘 따라 좋은 사목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 84년 서울대 공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 편입해 86년 가르멜회에 입회했다. 92년 가르멜회 인천수도원에서 사제품을 받고, 2000년 로마로 유학을 떠나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Biblicum)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엔 수도원에서 여러 보직을 거친 후 로마 총본부에서 최고 평의원으로서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담당 부총장으로 일하다가 2013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됐다. 2014년 2월5일 주교품을 받은 후 교구에서는 서서울지역 및 청소년·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를 맡았다.
정 대주교는 서울대교구 출신이 아닌 수도원 출신이다. 수도원 출신이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것은 최초다. 그는 성당 사목을 하지 않아 교구 소속 사제들과 안면이 없는데도 보좌주교로 임명된 뒤로 늘 사제들에게 먼저 다가가 겸손하게 인사를 해 평소 교구 소속 사제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주교는 지난 2018년 로마에서 전세계 주교들이 모여 연 세계주교 시노드(대의원회의)에, 지난 6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당시 대전교구장, 조규만 원주교구장과 함께 초청받으면서 서울대교구장으로 낙점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정 대주교는 2018년 천주교 한국청년대회를 앞두고도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들에게 일일이 손편지를 써서 협조를 구할 만큼 매사 정성을 들이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교구장이던 김수환·정진석·염수정 추기경이 모두 추기경었던 만큼 정 대주교도 머지않아 추기경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정 대주교의 깊은 신앙과 겸손함, 화합과 경청을 중요시하는 인성, 그동안의 사목 활동이 임명에 큰 작용을 했을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대교구가 더욱 영적인 성장에 매진하기를 바라는 교황님의 바람이 있을 것이고, 교황께서 내후년까지 이루어질 시노드에서 변화와 혁신의 열매를 맺기 위해 시노드 초기 시작부터 새 교구장이 함께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보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 신부는 “정 대주교는 특별히 젊은이들의 사목에 많은 관심과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가르멜 수도회 로마 총본부에서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담당 부총장으로 일한 경험을 통해 로마 교황청과 긴밀한 소통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교황청 발표 뒤 “교구에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기쁨이고 축복”이라며 “든든하고 훌륭한 새 교구장님이 우리나라와 교회에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열매를 맺길 모든 신자, 수도자, 사제들과 함께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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