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성지를 찾은 수녀들은 그곳에서도 하나님이 계심을 볼 수 있었고, 달라이 라마가 지닌 깊은 영성을 느꼈다고 했다. 왼쪽부터 베아타, 마르코르, 마리아, 엘리자베스, 카타리나 수녀.
불교성지 처음 방문한 5명의 가톨릭·성공회 수녀
가톨릭과 성공회 수녀들 5명 모두 첫 인도 여행이자 첫 불교 성지 순례였다. 다른 종교의 성지에서 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베아타 수녀(대구 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 부처님의 성지에서 깨달은 존재인 부처님에 대한 느낌보다 그 주위에서 오체투지(사지를 바닥에 엎드리는 절)를 하는 불자의 염원이 주는 느낌이 강했다. 그들의 간절한 염원이 이뤄지기를 함께 기원했다.
마리아 수녀(전주 전교가르멜수녀회)= 불교다, 기독교다하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부다가야의 불가촉천민촌에서 멸시 받는 그들의 아픈 현실을 보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마르코르 수녀(서울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불교에 대해 알고 싶고, 그들의 느낌을 그대로 공유하고 싶은데,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다. 불가촉천민 아이들을 돌보는 한국 불자들을 보며, 종교를 넘어선 크고 크신 하느님이 불자들을 통해 이곳에서도 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타리나 수녀(대한성공회 성가수녀회)= 아주 인상적이다. 녹야원에서 평화명상이야말로 우리가 왜 모였는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달라이라마를 사진으로만 보았을 때는 장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종교인으로서 깊은 영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종교에서도 그와 같은 포용력 있는 분이 있다는 것이 아주 반가웠다.
엘리자베스 수녀(대한성공회 성가수녀회)= 첫 해외여행이다. 성공회가 다른 종교에 대해 열려 있기 때문에, 스님, 교무님들과 함께 불교 성지를 순례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우리 나라에선 타종교나 종단에 대해 아주 배타적인 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웠는데, 우리 종단이 아닌 다른 종단에도 달라이라마처럼 열린 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니, 기뻤다. 부처님의 성지에서 그 분이 아주 크고 넓고, 인간으로서 현실의 삶 속에서 깊은 자비와 사랑을 실천했다고 느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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