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7월 서울 조계사 옆 우정총국공원에서 조계종단의 적폐청산을 촉구하며 무려 41일간 단식할 당시의 설조 스님.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조계종의 사법기관인 호계원이 종단 개혁을 요구한 승려들을 무더기로 중징계했다.
31일 불교계 쪽 얘기를 들어보면, 조계종단의 1심 법원 격인 초심호계원은 지난 1월27일 91살인 설조 스님을 비롯해 지철·강설·석안 스님을 제적했다.
설조 스님은 1994년 종단 개혁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 불국사 주지, 법보신문 사장을 지낸 종단의 원로로, 지난 2017년 총무원장에 선출된 설정 스님의 은처자와 학력위조 의혹, 자승 스님 등 권승들을 비판하며 무려 41일간 조계사 옆 우정총국공원에서 단식을 벌였다. 함께 제적된 지철·강설·석안 스님 등도 당시 불교계 안팎 비정부기구(NGO) 등과 함께 개혁운동에 동참했던 이들이다. 당시 의혹 제기 이후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직에서 중도 사퇴했다.
설조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을 이번에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아 징계가 그대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2018년 11월 해종행위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구성해 2017~2018년 종단 개혁을 주장했던 94명을 종단 명예와 위상을 추락시킨 해종행위자로 지목하고 총무원에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특위는 54명을 해종행위 참여나 참회 정도에 따라 ‘핵심주동자’, ‘주동자’, ‘동조자’, ‘단순동조자’ 등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번 징계 대상이 된 설조·지철·강설·석안 스님은 모두 핵심주동자로 분류된 이들이다.
2017년 9월14일 서울 조계사 앞에서 열린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총무원장 직선제와 자승 총무원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종단이 화합하라는 종정예하의 교시도 있어서 종단 화합을 위해 화합대법회도 열고, 소명 기회를 주었는데, 이런 기회에 응하지도 않고 재심 청구도 하지 않아 제적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초심호계원장을 지낸 덕조 스님은 “해종행위의 적극 가담자 가운데 종단 화합을 위해 연 화쟁법회에 참여해 참회하고 소명할 기회를 주었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분들에 대해 한달에 한번씩 초심호계위원들이 모여 합의제를 통해 제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설조 스님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거도와 흑산도 섬과 경남 산청, 경북 영덕 산골에서까지 전국에서 불자들이 올라와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지극한 바람을 표했는데도 힘을 가진 일당들의 폭력적 힘에 의해 좌절되고 말았으나, 시간은 걸려도 언젠가 반드시 불교의 근본이 바로 서고 교단 질서가 바로 잡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일본 총독부의 허가를 받아서 독립운동을 한 게 아니듯이 구명을 빌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초심호계원은 이번에 제적한 승려들 외에도 특위에서 핵심주동자, 단순동조자 등으로 분류한 승려 9명에 대해 4월8일 심판을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종단 내 공직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권정지 10년’의 징계가 청구된 상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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