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평 터에 ‘첫삽’… “아이들 아픔 극복하길”
캄보디아 시엠립에는 옛 번영과 현재의 지난한 삶이 엉켜있다. 앙코르와트로 가는 길엔 “원 달러”를 애달프게 외치는 아이들이 줄을 잇는다. 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산하 실천불교(의장 성관 스님)가 이 어린이들을 품을 만한 교육 시설을 마련했다.
실천불교는 지난 18일 시엠립 떡웰스록뿌 마을에서 초등학교와 고아원으로 쓰일 ‘아름다운 세상 캄보디아’ 준공식을 열었다. 비가 흩뿌렸지만 주민 500여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장에 모였다. 생활용품을 담은 선물 꾸러미가 마련돼 있었다. 이밖에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성관 스님 등 한국 불교 신자 등이 참석했다.
성관 스님은 기념사에서 “1996년 아름다운 앙코르와트 주변에 어린이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본 뒤 아픔을 나누고 극복하는데 여생을 보내리라 결심했다”고 말했다. 닛톰 캄보디아 사회복지부 장관 대리는 “전쟁 탓에 국민의 35%가 극빈층이고 많은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렸다”며 “현재 174개 고아원이 있고 그 가운데 153곳은 국제민간단체에서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12만평 규모 터에 교실, 도서관 등이 자리잡은 ‘아름다운 세상, 캄보디아’는 오는 6월께 완성된다. 이에 맞춰 실천불교는 고아 100명을 차례로 뽑고 9월께엔 초등학교를 열어 한반에 25~30명씩 6학급을 꾸릴 계획이다. 앞으로 30여년 동안 유치원과 중·고교로 범위를 늘려가려고 한다.
큰 규모의 시설을 마련하는 건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실천불교는 2002년부터 컴퓨터 100대 등 생활 용품을 캄보디아 정부에 기증하며 교류 폭을 넓혔다. 그 덕에 2004년 캄보디아 정부와 업무협정을 체결해 터를 공짜로 제공 받았다. 양쪽에서 7명씩으로 공동운영위원회도 마련해 걸림돌을 넘고 있다.
종교단체가 만들었지만 포교를 앞세운 것은 아니다. 성관 스님은 “‘국위 선양’ ‘한국 불교 포교’ 이런 말은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경제 성장은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 문화나 사상은 폄하됐어요. 그건 ‘문화제국주의’일 수 있어요. 이곳에선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길 바랄 뿐이죠.”
‘아름다운 세상, 캄보디아’의 건립은 조계종의 본격적인 국외 진출을 알리는 첫 사업이기도 하다. 성관 스님은 “앞으로 30년 동안 베트남 등 남아시아 전역으로 시설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조계종은 다음달 스리랑카 캄파지방 파살라에서 600평 규모에 유치원 등이 들어설 ‘조계종복지타운’ 착공식을 연다. 시엠립/글·사진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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