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민주노조원들이 최근 서울 조계사 앞에서 박정규 종무원의 부당해고 철회 및 복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계종 민주노조 제공
일부 권승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조계종단을 비판해 조계종 총무원에서 해고된 조계종 민주노조 기획홍보부장 박정규 종무원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가 2일 ‘인정’ 판결을 내렸다. 박 종무원에 대한 종단의 해고가 ‘부당’함을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지노위는 박 종무원에 대한 해고가 노조탄압의 일환인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은 기각했다.
이에 조계종 민주노조는 3일 입장문을 내어 “서울지노위의 부당해고 인정은 박 부장의 활동이 정당한 노조 활동의 일환이며, 종단 정상화를 위한 정당한 비판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종교단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건전한 비판은 언제나 허용되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상식(법원 판례)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라며 “종단은 소모적인 법적 다툼을 멈추고, 박 부장에 대해 즉각적인 원직 복직 조치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종단은 ‘자승 스님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를 이유로 징계한 것이 아니라, 총무원장 및 종정 스님을 바지라 폄훼·비하하였기 때문에 징계한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노조는 지난 2년 동안의 노조 소식과 박 부장의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자승 스님(전 총무원장)의 행보가 지극히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며, 종단을 사유화·권력화·세속화의 비정상 상태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라며 “종정 취임도 전인 통도사 방장 스님을 바지 종정이라 규정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민주노조는 “박 부장에 대한 해고와 조계종 민주노조 집행부에 대한 징계 요구가 자승 스님 측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로, 자신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총무원장 및 종정 스님을 끌어들인 것은 정작 자승 스님이다”라며 “종단은 조계종 민주노조의 충정 어린 비판을 무조건 외면하지 말고, 소통과 화합을 통해 사부대중과 함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 ‘부처님 오신 날’ 지혜와 자비의 종단임을 증명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서울지노위의 결정문이 오면 복직과 재심 신청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75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557명의 불자들은 지난달 25일 서울지노위에 탄원서를 보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 직장에서 그것도 종교 단체에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했던 사람에게 해고는 살인 그 자체로, 종단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이를 이유 삼아 징계·해고한 것은, 일반 상식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불교의 관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조계종단의 공식적 지위와 권한이 없는 자승 스님이 종단의 공식 지위와 권한을 가진 사람들 위에서 종단을 농단하며, 최근에도 4년 전에 있었던 ‘총무원장 직선제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91살 원로 스님의 승적을 박탈하고, 대규모 징계를 감행하고 있는 현재 조계종단 내에서는 조계종 민주노조가 그나마 종단의 민주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박 부장의 해고가 정당화된다면 조계종단은 더 이상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암흑의 종교단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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