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7대 종단 대표들이 사형제도 위헌결정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톨릭 주교회의 제공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공개 변론이 열리는 14일 7대 종단 지도자들이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 의견서를 처음으로 제출했다.
공동 의견서에 이름을 올린 7대 종단 지도자들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성균관 손진우 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위원회’ 회장인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이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범죄를 저질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이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참혹한 형벌로 똑같이 생명을 빼앗는 방식을 국가가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오히려 국가는 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모순점을 해결해 범죄 발생 자체를 줄여나가는 예방 정책을 펼치고,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넓혀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7대 종단 대표들이 사형제도 위헌결정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에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총무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가 호소문을 읽고 있다. 사진 가톨릭 주교회의 제공
이들은 “사형 제도의 폐지와 사형 집행의 영구적 중단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우리나라의 사형 관련 법과 제도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면서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21대 국회까지 총 아홉건의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단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런 가운데 사형 제도에 대한 세번째 헌법소원이 청구된 지 3년 6개월 만에 헌법재판소가 변론 기일을 열고 결정을 준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7대 종단 대표들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의 평등한 존엄을 선언하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위헌결정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촉구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7대 종단 대표들이 사형제도 위헌결정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의견소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가톨릭 주교회의 제공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인 김선태 주교(전주교구장)는 이날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뒤 “모든 인간은 정말 존엄하고 어떤 죄를 지었더라도 인권 생명의 존엄성은 침해받을 수 없다”며 “이번 기회에 한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해서 인권 국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 후로 25년 가까이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한국을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중단된 '실질적 사형폐지국가'(Abolitionist in Practice Country)로 분류한 지 오래다.
유엔 193개 회원국 중에 모든 범죄에서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108개국, 군형법을 제외한 일반 범죄에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8개국, 한국처럼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는 28개국으로 전체 75%가 사형을 폐지하거나 집행하지 않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