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법원이 해고무효 판결을 내리기 전 민주노총 조계종지부 노조원들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부당해고 철회와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민주노총 조계종지부 제공
서울 강남의 봉은사 앞에서 원직 복직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중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조계종 노조 해고 조합원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재심에서도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10일 조계종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중노위는 조계종이 노조 기획홍보부장 박정규씨를 해임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지노위의 초심 결정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재심 판정을 내렸다.
박씨는 총무원 민주노조의 홍보부장으로서 지난해 11월 불교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자승 전 총무원장 주도로 지난해 10월, 19일 동안 이뤄진 삼보사찰 송광사-해인사-통도사 423㎞ ‘천리순례’를 ‘강남원장(자승 스님)의 걷기 쇼’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조계종 막후 실권자인 소위 강남원장에 의해 ‘바지 총무원장’이라고 말이 돌 정도로 비정상적인 종단 상황에서 새로 추대된 종정도 자승 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며,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자승 스님이 깊게 관여할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 인사위는 “종단의 현직 및 차기 최고 지도자에 대해 근거 없이 조롱·폄훼해 종정을 비롯한 종단과 불교의 명예와 신뢰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불교계 내부의 위계질서를 심히 문란하게 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징계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노위 결정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중노위는 재심 과정에서 조계종과 합의 조정하도록 3주간의 시간을 줬으나 양측 입장 차가 커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조계사·봉은사 등에서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가 지난 8월14일 봉은사 앞에서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앞서 그는 노조 차원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감로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의혹 제기에 함께한 심원섭 조계종 노조 지부장 등 2명은 해임, 박씨 등 노조 간부 2명은 정직됐으나 1심 법원부터 대법원까지 조계종 총무원이 이들에게 내린 징계 조치를 모두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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