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4일 서울 강남 봉은사 일주문 앞에서 한 조계종 승려가 당시 해고종무원 박정규씨를 폭행하고 있다. 민주노조 조계종지부 제공
지난 8월14일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조계종 해고종무원이던 박정규씨를 폭행한 승려를 징계할 것을 조계종 스님들 절대 다수가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에 따르면, 지난 2~6일 조계종 스님들을 상대로 봉은사 앞 폭력사건에 대한 종단 대응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89.9%(639명)가 ‘종단은 공개 사과 및 폭행 승려를 신속해 조사,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8%(57명)는 ‘종단은 폭행한 승려를 징계하되, 공개 사과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했다. 98%가량의 스님들이 폭행 승려의 징계를 요구한 셈이다. 이와 달리 ‘종단은 봉은사 폭행사건에 대해 일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자는 15명에 불과했다.
교단자정센터는 도정(제주 남선사 주지)·허정(실상사 백장암 수좌)·진우(동국대 교법사) 스님의 제안에 따라 조계종 스님 4067명에게 문자를 보내 설문조사를 한 결과, 711명(17.5%)의 스님들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봉은사 회주인 자승 전 총무원장이 조계종단 권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폭행사건에 대해 700여명이나 응답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수치라는 게 불교계의 관측이다.
교단자정센터는 “이번 조사는 종단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폭행사건에 대응해야 한다는 승가 대중들의 의견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며 “강남경찰서는 폭행 승려들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공동상해)으로 검찰에 11월2일 송치했다는 통지를 피해고소인인 박정규씨에게 했다”고 밝혔다.
교단자정센터는 “이번 폭행사건엔 봉은사 기획국장을 제외하면 자승 스님의 상좌들이 동원된 바, 봉은사 주지와 회주까지 사전 공모한 조직적인 사건으로 의혹을 받고, 조계종단의 고위직 승려들이 현장 가담했기에 조계종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일부러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봉은사 승려 집단폭행 규탄 및 비폭력평화를 위한 시민집회’는 지난 6일 11차 집회를 계기로 잠정 중단하고, 향후 검찰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내년 3월1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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