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만약 천당, 극락, 지옥 같은 내세가 없다면 종교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내세와 함께 종교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은 복을 빌어 복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내세나 기복을 언급하지 않고도 30년간 우리 사회의 목탁과 소금이 되어온 종교단체가 있다.
“과연 현세의 복을 빌지도 않고, 내세까지 복을 받아 천당 간다고도 하지 않고, 자기 한생을 헌신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정토회는 특이한 실험이다.”
정토회원들과 함께해온 30년간의 만일결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만일결사를 준비 중인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14일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하루 한가지 이상 선행·자원봉사’
1993년 3월7일 한 명으로 시작해
12월4일 7만여명 ‘만일결사’ 이뤄
회원 뜻 모아 새해 3월7일 새 시작 수행·환경·평화·복지 4대 운동
핵심 회원 2500여명 무보수 봉사 매일 수행과 보시, 봉사를 실천하자며 매일 아침 1시간씩 수행정진하고, 하루에 1천원 이상 보시하며, 하루 한가지 이상의 선행과 자원봉사를 한다는 결사는 1993년 3월7일 한 명으로 시작한 이래 현재 9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도중에 한번이라도 참여했던 인원을 포함하면 7만여명에 함께했다. 정토회에서 승복 입은 이는 법륜 스님과 유수 스님 둘뿐이지만 100여명은 사실상 출가자처럼 공동체살이를 하면서 평화재단과 에코붓다, 좋은벗들, 제이티에스(JTS) 등 평화·환경·구호단체 등에서 헌신하고 있다. 이들 단체에서 봉사하는 핵심 정토회원만도 2500여명이다. 이들의 특징은 아무도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것. 구호 자선단체들도 후원금의 30% 이상을 운영비로 쓰는 게 다반사지만, 정토회 관련 단체에서는 운영비를 5% 이상 쓰지 않고, 구호가 필요한 현지에 95% 이상 전달하고 있다. 국외에 갈 때도 저가항공만 이용하고, 현지에서 호텔 숙박은 꿈도 안 꾸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할까. “인간에게는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충족해야 기쁨이 생긴다. 그래서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복을 구한다. 과연 그것이 최고의 삶이라면 부처님은 왜 왕위를 버렸을까. 그리고 왜 음식은 구걸해서 먹고, 잠은 나무 아래서 자고, 옷은 버린 것을 주워다 입었을까.” 법륜 스님은 “부처님 수행 시절엔 그런 무소유 때문에 아무리 출가자가 늘어도 비용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출가자도 일반인처럼 욕구를 채우려 들면 돈이 많이 필요하게 되고, 돈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애쓸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한국에서 하층민의 먹거리도 인도에 가면 부자들이 먹는 수준과 차이가 없다. 우리의 욕구를 줄여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면 과소비와 쓰레기 양산 같은 환경문제도 덜 생기고, 남은 돈을 빈곤 퇴치에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토회는 대형 교회나 사찰 수입의 수백분의 1 수준으로도 사회적으로 놀라운 엔지오(NGO)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30년 전 만일결사를 시작했을 때 절대빈곤이 없고 환경적이고 평화롭다는 면에서 노르웨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모범적이었다. 지금은 한국이 추월했지만, 그때만 해도 북유럽 국가의 자살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따라서 외적인 것만으로는 안 되고, 수행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수행을 기반으로 환경·평화·복지운동 등 4대 측면에서 정토회가 일군 업적은 상상 이상이다. 구한말 이후 구호나 엔지오 활동에서 기독교계에 비해 일천하기 그지없던 불교계에 정토회가 출현함으로써 새로운 판이 짜였다. “30여년 전 인도에 가서 부처님의 자비심에 대해 말했을 때 코웃음을 치던 인도인들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성지순례를 온 수많은 불자들이 자기 나라 예법대로 절을 하고 탑돌이를 하지만 굶주리고 병든 우리에게 자비심을 베푼 사례는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관행대로 살아갈 뻔한 그를 깨운 것은 인도인들의 직설만이 아니었다. 법륜 스님은 정토회를 시작하기 전 대학생불교연합회 지도법사 시절에도 사회의식이라곤 없는 불교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문경 봉암사에서 불목하니를 하면서 조실 서암 스님(전 조계종 종정)에게 불교 현실을 개탄하니 두 시간 넘게 잠자코 듣고 있다가 한마디 하셨다. ‘승복을 입었다고 중이 아니라 청정한 마음을 가진 자가 승이고, 기와집이 절이 아니라 청정한 수행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논두렁이라도 바로 절이라네. 그것이 바로 불교라네.’” 남을 바꾸려 들기 전 홀로라도 바른 길을 가라는 스승의 경책은 그의 삶이 되었다. 그는 지금도 울산 울주의 폐교에 살며 1만여평의 땅에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데 불교와 비불교를 가르지 않는다. 불교라는 말도 넣지 않고 ‘온라인 행복학교’를 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행복학교 이수자들이 각 지역별로 자체 시민모임을 만들어 환경 실천과 취약계층 노인지원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의 마중물이 되어주길 고대한다. 정토회는 12월4일로 1차 만일결사를 끝내고, 다음 만일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회원들과 치열한 토론을 거쳐 내년 3월7일 새로운 만일결사를 시작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 15층 옥상정원의 대성초당 앞에 선 법륜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1993년 3월7일 한 명으로 시작해
12월4일 7만여명 ‘만일결사’ 이뤄
회원 뜻 모아 새해 3월7일 새 시작 수행·환경·평화·복지 4대 운동
핵심 회원 2500여명 무보수 봉사 매일 수행과 보시, 봉사를 실천하자며 매일 아침 1시간씩 수행정진하고, 하루에 1천원 이상 보시하며, 하루 한가지 이상의 선행과 자원봉사를 한다는 결사는 1993년 3월7일 한 명으로 시작한 이래 현재 9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도중에 한번이라도 참여했던 인원을 포함하면 7만여명에 함께했다. 정토회에서 승복 입은 이는 법륜 스님과 유수 스님 둘뿐이지만 100여명은 사실상 출가자처럼 공동체살이를 하면서 평화재단과 에코붓다, 좋은벗들, 제이티에스(JTS) 등 평화·환경·구호단체 등에서 헌신하고 있다. 이들 단체에서 봉사하는 핵심 정토회원만도 2500여명이다. 이들의 특징은 아무도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것. 구호 자선단체들도 후원금의 30% 이상을 운영비로 쓰는 게 다반사지만, 정토회 관련 단체에서는 운영비를 5% 이상 쓰지 않고, 구호가 필요한 현지에 95% 이상 전달하고 있다. 국외에 갈 때도 저가항공만 이용하고, 현지에서 호텔 숙박은 꿈도 안 꾸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할까. “인간에게는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충족해야 기쁨이 생긴다. 그래서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복을 구한다. 과연 그것이 최고의 삶이라면 부처님은 왜 왕위를 버렸을까. 그리고 왜 음식은 구걸해서 먹고, 잠은 나무 아래서 자고, 옷은 버린 것을 주워다 입었을까.” 법륜 스님은 “부처님 수행 시절엔 그런 무소유 때문에 아무리 출가자가 늘어도 비용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출가자도 일반인처럼 욕구를 채우려 들면 돈이 많이 필요하게 되고, 돈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애쓸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한국에서 하층민의 먹거리도 인도에 가면 부자들이 먹는 수준과 차이가 없다. 우리의 욕구를 줄여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면 과소비와 쓰레기 양산 같은 환경문제도 덜 생기고, 남은 돈을 빈곤 퇴치에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토회는 대형 교회나 사찰 수입의 수백분의 1 수준으로도 사회적으로 놀라운 엔지오(NGO)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30년 전 만일결사를 시작했을 때 절대빈곤이 없고 환경적이고 평화롭다는 면에서 노르웨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모범적이었다. 지금은 한국이 추월했지만, 그때만 해도 북유럽 국가의 자살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따라서 외적인 것만으로는 안 되고, 수행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수행을 기반으로 환경·평화·복지운동 등 4대 측면에서 정토회가 일군 업적은 상상 이상이다. 구한말 이후 구호나 엔지오 활동에서 기독교계에 비해 일천하기 그지없던 불교계에 정토회가 출현함으로써 새로운 판이 짜였다. “30여년 전 인도에 가서 부처님의 자비심에 대해 말했을 때 코웃음을 치던 인도인들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성지순례를 온 수많은 불자들이 자기 나라 예법대로 절을 하고 탑돌이를 하지만 굶주리고 병든 우리에게 자비심을 베푼 사례는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관행대로 살아갈 뻔한 그를 깨운 것은 인도인들의 직설만이 아니었다. 법륜 스님은 정토회를 시작하기 전 대학생불교연합회 지도법사 시절에도 사회의식이라곤 없는 불교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문경 봉암사에서 불목하니를 하면서 조실 서암 스님(전 조계종 종정)에게 불교 현실을 개탄하니 두 시간 넘게 잠자코 듣고 있다가 한마디 하셨다. ‘승복을 입었다고 중이 아니라 청정한 마음을 가진 자가 승이고, 기와집이 절이 아니라 청정한 수행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논두렁이라도 바로 절이라네. 그것이 바로 불교라네.’” 남을 바꾸려 들기 전 홀로라도 바른 길을 가라는 스승의 경책은 그의 삶이 되었다. 그는 지금도 울산 울주의 폐교에 살며 1만여평의 땅에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데 불교와 비불교를 가르지 않는다. 불교라는 말도 넣지 않고 ‘온라인 행복학교’를 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행복학교 이수자들이 각 지역별로 자체 시민모임을 만들어 환경 실천과 취약계층 노인지원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의 마중물이 되어주길 고대한다. 정토회는 12월4일로 1차 만일결사를 끝내고, 다음 만일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회원들과 치열한 토론을 거쳐 내년 3월7일 새로운 만일결사를 시작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연재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