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4일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승려들이 박정규 종무원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 조계종 민주노조 제공
지난해 8월14일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당시 해고종무원이던 박정규 종무관을 승려들이 집단 폭행한 것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이 정작 사건 발생 1년이 다 되도록 집행 폭행에 가담한 승려들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다가, 당시 폭행당한 박 종무관에 대한 재징계를 추진하고 있어 불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14일 인사위원장인 총무원장 진우 스님 명의로 징계회부통보서를 발송해 19일 오후3시30분 인사위원회에 참석해 소명할 것으로 요청했다.
박 종무관은 지난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해 10월7일 총무원으로 복직한 바 있다. 당시 총무원은 박종무관에 대해 참회나 반성문 작성 등 복직을 위한 별도 조건을 요구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복직시켜, 새로 취임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취임 초 종단 화합 조치의 일환으로 분석됐다.
박 종무관은 2019년 조계종 민주노조 차원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감로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고,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봉은사 앞에서 승려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재가 종무원들이 승려들에 의해 백주대낮에 폭행을 당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폭행 승려들에 대한 비난이 집중됐고, 7개 불교단체는 ‘8·14 봉은사 승려 특수집단폭행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봉은사 앞 시위 등을 통해 폭행 승려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나 총무원장은 사법기관의 처리결과를 보고 처리하겠다며, 폭행 승려들에 대한 징계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총무원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이 특수집단폭행 당사자인 봉은사 기획국장 지오 및 창원 일심선원 주지 탄오 스님을 폭행 및 공동상해 혐의로 기소처분 한 이후에도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다가, 이번에 오히려 폭행 피해자인 박 종무관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8·14 봉은사 승려 특수집단폭행 대책위원회’는 15일 ‘긴급 입장문’을 내 “조계종단은 박정규 (조계종 민주노조) 홍보부장 재징계를 철회하고, 봉은사 집단폭행 승려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라”로 요구했다.
이들은 “부당한 해고로 엄청난 고통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유로 형량을 낮춰서 또다시 징계를 한다는 게 과연 상식적으로 합당한 일인가?”라며 “개인에 대한 저열한 보복이자, 불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노동탄압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또 “‘8.14 봉은사 특수집단폭행 사건’이 일 년이 되어가고 있으며, 검찰 기소로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종단의 징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이는 종단 스스로 자정을 포기한 것”이라며 “법주사 주지의 해외원정도박 및 경내도박에 대해서도 징계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해인사 범계사건, 최근의 봉은사 도연승려 사건 등 배후에 힘 있는 권승들이 있는 경우 종단의 종헌종법에 의한 징계절차는 멈추고 자정 기능은 사라지는 황당할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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