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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마음’을 먹고 ‘도’를 마신다

등록 2006-03-28 17:57수정 2006-03-29 15:32

절친한 도반이기도 한 선재 스님과 혜성 스님이 봄나물 요리를 함께 보고 있다.
절친한 도반이기도 한 선재 스님과 혜성 스님이 봄나물 요리를 함께 보고 있다.
봄맞아 인기끄는
사찰음식과 차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대모산 기슭. 현대식으로 지어진 한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 들어서니 봄내음이 눈과 코로 동시에 파고든다. 싱싱한 봄나물들이 선재 스님(50)의 멋진 솜씨로 접시에 담겨 전시돼 있다. 식탁 위 봄의 향연에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진다.

화려한 꺾꽂이와 그림 전시품 옆을 지나니 고결한 연꽃이 다기 속에서 화려하게 피었다. 미나리보다 무려 100배나 정화력이 있다는 백련차를 맛보는 사람들은 차 한 잔을 마시는 찰라 일념삼매의 엷은 미소를 띤다.

이날 비구니회관에선 문화강좌 1기 졸업식을 맞아 사찰음식 전시회와 차 시연회 등이 열렸다. 특히 사찰음식과 다도 강좌는 1년여 만에 인기 강좌로 뜨고 있다. 수강생들은 사찰음식이야말로 궁중의 대장금보다 더욱더 한국의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음식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 다도는 서양에 부는 선 수행 바람과 함께 한국의 진수를 알려주는 전통이자 마음의 평정을 위한 수행이기도 하다며 만족해했다. 두 스님을 만났다.

혜성 스님이 우려낸 우리차
혜성 스님이 우려낸 우리차

◇ 다도 당나라 때 대선지식인 조주 선사에게 어느 날 두 선승이 찾아와 불법의 뜻을 물었다. 조주 선사가 한 선승에게 “이곳에 온 일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주 선사는 “그럼 차나 한 잔 드시고 가게”했다. 조주 선사가 다른 한 선승에게 “이곳에 온 일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한 번 온 일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주 선사는 “그럼 차나 한 잔 드시고 가게”했다. 이를 지켜본 원주 스님이 “이곳에 오지 않은 스님이나 온 스님이 똑 같이 ‘차나 한 잔 들어라’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주 선사가 “원주!”하고 물렀다. 원주 스님이 “예”하고 답하자, “그럼 너도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거라”고 했다. 혜성 스님이 시비 분별과 번뇌가 따라붙지 않는 차의 세계를 들려준다. 그가 수강생과 나누는 것도 단순한 차가 아니라 그런 도의 세계다.

한국명선차인회 회장인 그는 이곳 비구니회관 뿐 아니라 동국대와 인천불교회관, 김포 명선차인회사무실, 강화도 용흥궁(철종임금 잠저) 등에서 ‘다선 일미’(차와 선이 같은 맛)를 나누고 있다. 명선차인회 (031)984-8541.

비구니회관 음식 다도강좌 “먹는 음식이 성품 만든다”
봄나물 연꽃차에 ‘탄성’

선재 스님이 요리한 봄나물 튀김
선재 스님이 요리한 봄나물 튀김

◇ 사찰음식 선재 스님은 “음식이 성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출가 뒤 청소년 수련원에서 심성훈련을 이끌었다. 그는 그 현장에서 ‘먹는 음식이 심성을 만드는 것’을 보고, 사찰음식 연구에 뛰어들었다.

타고난 조건도 좋았다. 그의 외할머니는 궁중 수라 간 궁녀였다. 또 85살에 열반한 그의 노스님(은사의 은사)인 장윤 스님은 사찰음식의 달인이었다. 외할머니와 노스님으로부터 전통 음식에 대해 배운 그는 중앙승가대에 다닐 때도 공양을 담당하는 원주를 맡았고, 졸업논문도 사찰음식에 대해 써냈다.

“첨가제들이 들어간 가공식품이나 항생제를 먹인 육류야말로 독이예요. 그런 독들을 먹으면서 건강보조식품을 먹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최고의 약은 음식이예요.”

그가 봄엔 봄나물을 먹도록 권유하는 것도 땅에서 난 제철 음식 속엔 그만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환절기인 봄엔 기침이 많이 나지요. 겨울 추위를 견뎌댄 봄나물을 먹으면 기침과 가래를 가라앉힐 수 있지요. 또 쑥의 쓴맛이 겨울에 쌓인 노독을 풀어주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줘요. 원추리는 노이로제에서 벗어나 하고, 연근은 중금속을 해독시켜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요.”

그는 요리사가 아니다. 그는 의식 변화를 꾀한다. 오직 출세와 성장에만 집착하며 아무런 음식이나 몸에 넣은 것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단지 채식을 먹는 것에서 나아가 선식을 권한다. 그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하는 사찰음식이야말로 선식이라고 믿는다.

사찰음식연구소. (031)243-2286. 전국비구니회관 (02)3411-8103.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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