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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봄길’따라 부활한 생명의 ‘샘’

등록 2006-06-13 17:34수정 2006-06-14 16:06

‘하나님·사람·자연이 숨쉬는 샘’ 복간한 양재성 목사 /

1년 6개월 전 그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었다. 채희동(1964~2004) 목사였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던 채 목사는 목회 중이던 충남 온양에서 상경을 준비하다 그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가버렸다.

선배와 동료들이 죽은 친구를 대신해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맡아야한다고 해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번엔 채 목사가 발간하다 채 목사의 사망으로 중단되고 만 생명·영성잡지 <하나님·사람·자연이 숨쉬는 샘>을 그가 선후배, 친구들과 함께 복간해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43) 목사다.

그의 사무실 인근인 서울 용산 효창공원에서 만났다. 맑으면서도 수줍은 듯 겸손한 미소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그도 “희동이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채 목사의 소천 뒤 채 목사의 가족만큼이나 그의 삶은 달라져 버렸다. 감신대 졸업 이후 1990년 경남 함양제일교회에 부임해 지리산 자락을 떠나본 적이 없는 그는 죽도록 싫어했던 서울살이를 해야 했다.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채 목사를 그는 1982년 서울 감신대에 입학해 동기로 처음 만났다. 그러나 더욱 오랜 인연이 있었다. 알고 보니, 둘 다 고향이 충남 아산이었다. 채 목사는 송악면, 그는 둔포면이었다. 그런데 양 목사의 큰이모가 채 목사의 마을에 살고 있었고, 양 목사의 어머니는 만삭 때 큰언니 집에 갔다가 양 목사를 낳았다. 그러니 둘은 한 마을 태생인 셈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더욱 친해졌던 둘은 서로 다른 곳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두 달에 한 번꼴로 만나 ‘진실한 예수 살이’를 고뇌했고, 감신대의 대선배인 최완택 목사와 이현주 목사를 따르며 ‘영성과 생명의 세계’를 그려갔다.

지리산 살라기에 평생 바치려던 시골 목사가 서울로 왔다
환경운동하다 죽은 벗 대신해 못다 걸은 길 그리움으로 채워

채 목사가 <샘>을 통해 생명과 환경 분야에 척박한 개신교에 마중물을 붓는 사이 양 목사는 90년대 중반부터 도법 스님 등과 함께 지리산 살리기에 나섰다. 16년 전 천막교회에 부임했던 양 목사는 지역 시민단체들에게 연간 2천만 원 가량을 나눠주기도 하고, 지리산 살리기를 하는데 재미를 붙여 지리산의 사나이로 평생을 보내기로 작정했던 터였다.

그러던 ‘시골 촌 목사’가 서울에 올라와 200개 회원 교회와 5명의 직원까지 있는 엔지오를 떠맡았다. 그 뿐이 아니었다. 감신대에 채 목사가 만들었던 문화예술동아리까지 떠맡아 환경동아리로 변화시켜 채 목사의 생명 사랑을 이어가게 한데 이어 감신대 이정배 교수 등과 함께 <샘>까지 복간하기에 이른 것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는 커녕 부탁도 제대로 못하고 착하기만 한 희동이가 어떻게 원고료도 못주면서 이런 잡지를 만들어왔는지, 다시금 놀랍다니까요.”

그는 <샘> 복간 작업을 하며 말 없는 친구의 내공에 다시금 놀랬다. <샘>은 계간지였지만 그는 우선 1년에 두 번씩만 낼 계획이다. <샘>엔 양 목사 외에도 김영동·김기석·박순웅·김광옥·성백걸 목사와 이정배·윤주필 교수 등이 갑작스레 떠나버린 벗에 대한 그리움과 영성을 담았다.

양 목사 등 채 목사의 벗들은 채 목사에게 ‘봄길’이란 이름을 붙여 지난 4월엔 감신대에서 ‘봄길문화제’를 열었다. 벗 ‘희동’은 자신의 목소리만 높은 교계에서 조용히, 겸허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살면서 봄길을 만들었다. 양 목사는 벗의 십자가를 대신 맨채 그 봄길을 걷고 있다. 이연복 화백은 <샘>의 표지에 십자가를 그려놓고, ‘부활의 노래’라고 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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