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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고통 함께 나눌수 있어 행복합니다”

등록 2006-08-06 21:18

오인돈(오른쪽) 신부는 사람들 곁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지난달 11일 방학을 맞아 자신을 찾아 온 미국에 사는 조카 유진(14)이를 데리고 오신부가 캄보디아 서북부 바탐방 지역의 한 마을을 함께 둘러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인돈(오른쪽) 신부는 사람들 곁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지난달 11일 방학을 맞아 자신을 찾아 온 미국에 사는 조카 유진(14)이를 데리고 오신부가 캄보디아 서북부 바탐방 지역의 한 마을을 함께 둘러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제교육 때 캄보디아 첫 인연…삶 묻을 곳 확신 자원
지뢰피해자·에이즈환자·소수민족 등에 희망·평화 전파
[이사람] 카보디아서 사랑 실천하는 오인돈 신부

‘왜’ 그러느냐는 질문은 때론 생각 없이 건네는 우문이기도 하다. 세상살이의 기준이 누구나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아닌 남의 삶이기에 그 이해의 폭이 짧은 탓일 수도 있겠다.

“뭔가 줄 수 있다는 게 즐거움이 아니라, 함께 있다는 게 즐거움이라니까요.”

캄보디아와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오인돈(41)신부는 특유의 소년같은 맑은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한다. 말그대로 우문현답이다. 천주교 예수회 신부인 그는 캄보디아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며 지낸다. 1949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래 베트남전의 여파를 비롯한 수많은 내전을 겪으며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그곳에서 오신부는 자신의 삶을 녹여 회복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못사는 사람들을 위해 도와주러 온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기 위해 온 것’이라는 그는 그 안에서 소리없는 실천적 삶을 통해 평화의 기운이 물결처럼 흐르길 기대한다.

“오신부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마을에서 물난리가 났었지요. 그런데 정성스레 모아놓은 커다란 돼지저금통을 깨가지고는 수재민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하지 뭐예요.”

사제의 길을 걷는 아들에게 깍듯이 존대어를 쓰는 어머니 한혜려(67)씨는 오신부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처음엔 반대했던 아들의 선택을 지금은 존중하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수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부모님의 영향으로 돌리는 오신부는 “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부친을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어렸을 적부터 부친 오재정(74)씨를 따라 여러 나환자촌을 찾아다니며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렸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참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배운 것이라고나 할까요.” 슈바이처처럼 살고 싶었던 어린 소년은 그 꿈을 이어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뒤 93년 예수회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사제교육을 받으며 잠시 인연이 된 캄보디아를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그곳이 자신의 삶을 묻을 곳이라는 확신을 얻게된다. 93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자원해서 캄보디아를 찾은 그는 지뢰피해자들을 위한 재활기관 사업을 비롯해 죽음의 고통에서 헤매던 베트남 소수민족들을 위한 난민구호 사업,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구호 등의 일에 매달렸다. 오신부는 현재 캄보디아 서북부 지역인 바탐방과 프놈펜을 오가며 다소 권위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사제의 모습과는 다르게 때론 개구쟁이처럼 항상 밝은 표정과 미소로 고단한 이들의 삶 안에 머물고 있다.

“특별한 게 없어요. 그냥 캄보디아 사람들을 보다 잘 이해하고 그들 안에서 살고 싶은 것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우문에 또다시 현답처럼 말을 되내는 오인돈 신부가 한 마디를 더했다.

“어디 갈 데 없으면 여기 놀러 오세요. 사람들 사는 거 보면 그거 참 생명이 귀하다 싶거든요. 한번 보면 또 오게 되지요.”

바탐방/사진.글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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