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크리스챤 아카데미 설립
여해(如海) 강원용(姜元龍) 목사의 생애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종교간 대화운동이다.
개신교 내 진보교단인 기독교장로회 출신인 고인은 1963년 대화문화아카데미(구 크리스챤 아카데미)를 세워 교단 간 벽을 허물고, 종교 간에 대화의 통로는 여는 데 앞장섰다.
고인은 평소 "토론은 내 이야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대화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내가 미처 몰랐거나 잘못 알았던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간 대화운동은 '하나님은 기독교를 위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왔다', '교회가 아니라 세계가 하느님 활동의 장(場)'이라는 그의 신학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다.
고인이 이끈 대화문화아카데미는 1965년 10월 '한국 제 종교의 공동 과제'라는 주제로 종교간 대화 모임을 가졌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유교, 천도교, 원불교 등 6대 종교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다른 종교와의 만남을 시도한 것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1960년대 한국 기독교의 핵심 과제는 이웃 종교인의 개종을 포함한 민족 복음화였다. 고인이 제시한 '선교가 아니라 대화'라는 신학의 틀은 근본주의적 신앙이 자리잡고 있던 국내 개신교 풍토 속에서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문화아카데미의 종교간 대화운동은 이후로 40년이 넘게 계속됐고, 수많은 대화모임과 연구모임, 종교간 대화교육모임이 열렸다.
나아가 1970년 일본 교토에서 세계종교인평화회의가 구성되고, 1976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가 구성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종교간 대화운동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고인은 1986년 아카데미 일에 전념하겠다며 자신이 창립해 40여 년간 시무해온 서울 경동교회의 당회장직에서도 조기 은퇴했다.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주장을 펴다 출교 처분을 당한 변선환(작고) 박사와 크리스챤 아카데미 원장을 지낸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저술 활동을 통해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온 길희성 서강대 교수 등이 고인으로부터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인물들이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