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전 번역을 위해 몸을 던진 각묵 스님, 대림 스님, 환경환씨.(왼쪽부터)
초기 팔리어 경전 번역
각묵·대림 스님 잇단 ‘결실’
황경환씨 후원 발벗고 나서
각묵·대림 스님 잇단 ‘결실’
황경환씨 후원 발벗고 나서
각묵(49) 스님이 지난 3월 <디가니카야> 세권을 출간한데 이번엔 대림(44) 스님이 <앙굿타라니카야> 두 권을 펴냈다. ‘니카야’란 석가모니 붓다 당시 사용된 언어인 팔리어로 ‘경’이란 뜻이다. 이 초기경들은 주제와는 관계 없이 길이 등에 따라 5개 니카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불경의 대부분은 인도의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를 중국 한자로 번역한 다음 그 한자가 재번역된 것들이다. 따라서 여러 번 재번역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뒤바뀐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일본에선 국가적 차원에서 이미 100년 전 인도의 초기 경전을 대부분 일어로 번역한 것과 달리 한국 불교에선 초기불전연구원의 이들 두 스님과 한국파알리성전협회장 전재성 박사 등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초기 불전이 번역되고 있다.
“불교 종단 차원에서 해야 할 것들인데 종단이 관심을 갖지 않기에 개인 차원에선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작업을 두 분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재가자 황경환(56·진양유조선 회장)씨가 이들의 노고에 대해 말했다. 각묵 스님과 대림 스님이 등장하는 곳이면 어김 없이 나타나는 후원자다. 각묵·대림 스님은 1980~90년대 인도 푸나대학교에서 초기불교경전을 공부할 때 만났다. 그러나 한국 불교에선 건물불사 보시금은 넘치지만 초기불경에 대해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때 이들의 후원을 자청하고 나선 이가 황씨였다.
황씨는 수십 년 동안 부산경남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면서 불법을 공부했지만, “불교가 무엇인지 도대체 감도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8년 전 초기불교 경전을 보고, “아,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런 것이었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그래서 그 때부터 경전 번역 작업을 돕는데 발 벗고 나섰다.
울산시 불교신도회 회장이기도 한 황씨는 지난 18일 중앙신도회 인재개발원 발족 때 이사진들이 각묵 스님으로부터 ‘불교란 무엇인지’ 강의를 듣게 하기도 했다.
이들이 펴낸 경장은 비슷한 어구가 많이 반복돼 일반 대중들이 읽기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팔리어 원본과 한문본을 비교한 <금강경 역해>로 팔리어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던 각묵 스님은 “앞으로 <반야심경> 등 많이 읽는 경들과 초기 원전을 비교하는 작업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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