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사제는 결혼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신부는 독신이다. 사진을 찍으며 “혹 실연당했기 때문 아니냐”고 묻자 김 신부가 쑥스러운 듯 웃고 있다. 김 신부는 빈민촌에 들어간 뒤 독신 사제의 삶을 살기로 했다.
20년전 ‘나눔의 집’ 일군 김홍일 신부 /
“상계동에 90년대부터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임대아파트에 비해 민영아파트는 놀이터 시설도 좋았지요. 그래서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민영아파트 놀이터까지 놀러가곤 했는데, 민영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아저씨를 시켜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쫓아내게 했지요.”
20년 전 서울 상계동 판자촌에서 ‘나눔의집’의 씨앗을 뿌렸던 김홍일(46)신부의 회고 속엔 가난한 아이들을 가난보다 더욱 더 아프게 하는 박대와 단절에 대한 슬픔이 진하게 묻어난다.
“동사무소의 사회복지요원들도 약자들에게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을 별로 권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주거 여건은 조금 나아질지 모르지만 사회적 배제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아는 때문이겠지요.”
가난보다 아픈 건 박대와 단절
86년 상계동 판자촌 들어가 마을문고·탁아소·야학 등 운영
빈자·약자도 똑같이 존엄,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 꿈꿔… 김 신부가 연세대 신학과에 재학하던 86년부터 상계동 판자촌에 들어가 2002년까지 나눔의집에서 삶을 나누고 싶은 이들은 사람들이 가끔씩 동정하면서도 자신이나 자신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기를 원치않고 따돌려 더욱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약자들이었다. 그런 이들과 함께 하면서 그는 가진 것이 없어도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을 보았다. 맞벌이 하느라 늦은 부모를 기다리며 밤늦게까지 놀 곳 없이 떠돌던 아이들이 나눔의집 마을문고에서 책을 보면서 짓는 행복한 미소를 보았고, 온종일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밤에 야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너무나 행복해 하는 야학생들을 보았다. 자기 방 하나 없이 살아오다 자기 방에 생겼다며 너무도 행복해하는 여고생도 보았다. 그런 아이들이 커서 나눔의집 간사가 되고, 다른 아이들을 돕게 되었을 때는 김 신부도 더욱 더 행복해졌다. 또 가난한 사람들이 ‘실과 바늘’이라는 생산자조합을 만들어 자활을 모색해가고,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입주자회를 조직해 방과후공부방을 만들어 스스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삶의 보람을 느꼈다. “신학적으로 빈곤은 가진 것을 나누지 않음으로서 생겨난 것이지요.” 김 신부가 나누고자하는 것은 물질 만이 아니다. 진정으로 그가 바라는 것은 빈자와 약자들도 우리와 똑같이 존엄한 인간이며, 인간답게 살고 싶은 욕구를 가진 같은 인간임을 분명히 아는 인식에 바탕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7개 나눔의집에서 이런 삶에 동참하는 실무자만도 무려 120명이다. 김 신부는 올해 설립된 나눔의집 교육훈련센터 소장을 맡아 이런 실무자들과 봉사자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 조연현 기자
86년 상계동 판자촌 들어가 마을문고·탁아소·야학 등 운영
빈자·약자도 똑같이 존엄,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 꿈꿔… 김 신부가 연세대 신학과에 재학하던 86년부터 상계동 판자촌에 들어가 2002년까지 나눔의집에서 삶을 나누고 싶은 이들은 사람들이 가끔씩 동정하면서도 자신이나 자신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기를 원치않고 따돌려 더욱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약자들이었다. 그런 이들과 함께 하면서 그는 가진 것이 없어도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을 보았다. 맞벌이 하느라 늦은 부모를 기다리며 밤늦게까지 놀 곳 없이 떠돌던 아이들이 나눔의집 마을문고에서 책을 보면서 짓는 행복한 미소를 보았고, 온종일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밤에 야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너무나 행복해 하는 야학생들을 보았다. 자기 방 하나 없이 살아오다 자기 방에 생겼다며 너무도 행복해하는 여고생도 보았다. 그런 아이들이 커서 나눔의집 간사가 되고, 다른 아이들을 돕게 되었을 때는 김 신부도 더욱 더 행복해졌다. 또 가난한 사람들이 ‘실과 바늘’이라는 생산자조합을 만들어 자활을 모색해가고,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입주자회를 조직해 방과후공부방을 만들어 스스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삶의 보람을 느꼈다. “신학적으로 빈곤은 가진 것을 나누지 않음으로서 생겨난 것이지요.” 김 신부가 나누고자하는 것은 물질 만이 아니다. 진정으로 그가 바라는 것은 빈자와 약자들도 우리와 똑같이 존엄한 인간이며, 인간답게 살고 싶은 욕구를 가진 같은 인간임을 분명히 아는 인식에 바탕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7개 나눔의집에서 이런 삶에 동참하는 실무자만도 무려 120명이다. 김 신부는 올해 설립된 나눔의집 교육훈련센터 소장을 맡아 이런 실무자들과 봉사자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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