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이 폭력적인 종교임을 암시하는 로마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발언이 이슬람권을 자극했다.
이슬람권은 왜 교황의 발언에 공분하는 것일까?
교황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의 말이 무슬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사실상의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또 문제 발언의 전체 맥락은 이슬람의 폭력성을 얘기한 게 아니라 종교ㆍ문명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이 사과입장이 담긴 성명을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이슬람권은 만족하지 않고 교황의 직접사과를 요구하는 등 교황청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 독일 출신인 교황은 지난 9일부터 6일 동안 고국을 방문했는데, 문제 발언은 지난 12일 그의 동생인 게오르그 라칭거가 살고 있고, 부모와 누이의 묘소가 있는 레겐스부르크에서 나왔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집전한 미사 강론을 통해 이슬람과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무함마드)를 비판한 14세기 비잔틴 황제 마누엘 팔레올로고스의 말을 인용했다.
교황의 입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보도된 마누엘 황제의 말은 마호메트가 이 세상에 선사한 모든 것이 이슬람을 칼(무력)로 전파하라는 명령 등 사악하고 비인간적이라는 것. 교황은 또 무력에 의한 신앙 전파를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한 마누엘 황제의 말을 반복 인용하면서 "폭력은 신과 인간영혼의 속성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황청은 이슬람권이 문제 삼는 교황의 발언은 종교적 목적으로 폭력을 쓰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황청의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국무장관은 16일 무슬림들이 일부 강론 내용을 기분상하게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을 교황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슬람권 격앙 = 이슬람권은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을 이슬람을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무슬림에게 부여된 의무인 지하드(성전)의 폭력성을 비판하면서 마호메트를 함께 헐뜯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 외무부는 16일 카이로 주재 교황청 대사를 소환해 유감 입장을 표명했고, 쿠웨이트, 모로코, 수단 등 일부 이슬람 국가들은 항의의 뜻으로 바티칸에 파견한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 이슬람 운동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교황청 국무부를 통한 교황의 간접 사과를 일축하면서 직접 사과를 요구했고, 수니파 이슬람의 최고 종교기구인 알-아즈하르도 교황의 발언이 종교ㆍ문명 간 대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비난의 칼날을 세웠다. 또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17일 교황의 발언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기로 했으며, 터키, 인도네시아 등 다른 이슬람권 국가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교황의 잘못된 인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서는 교회를 겨냥한 공격이 발생하고, 로마와 바티칸을 공격하겠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성명이 발표되는 등 이번 사태가 조기 수습되지 않을 경우 종교 간의 큰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슬람권 왜 분노하나 = 교황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테러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대적 의미의 지하드를 비판하면서 종교의 평화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문제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교황의 발언이 테러를 서슴지 않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기독교계를 대변한다고 이슬람권이 보는 미국은 9.11 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 환경 제거를 명분으로 잇따라 전쟁을 일으켰고,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대테러 전쟁이 결국 이슬람권을 상대로 한 전쟁으로 비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슬람권 저변에서는 폭력성을 띠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지하드를 합법적인 저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교황은 서구적 관점에서 이슬람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화법으로 지하드를 비판했다. 이슬람이 평화적 종교라고 말하는 무슬림들은 지하드가 현재 일부 개념이 왜곡됐지만 원래는 사람들을 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교황의 지하드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는 게 무슬림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또 엄밀히 말하면 중세 때 수 차례의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 이슬람권에 재앙을 안겨 준 기독교가 더 폭력적인 종교라는 게 무슬림들의 인식이다. 게다가 교황은 무슬림들이 예수에 이어 지금까지 지구상에 출현한 마지막 예언자라고 보는 마호메트를 간접적으로 폄훼했다. 이슬람권이 분노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그런 배경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황의 발언에 이슬람권이 반발하는 데는 이슬람권의 좌절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집트의 한 소식통은 교황의 발언은 "이슬람권 입장에서 보면 울고 싶은 데 뺨을 때려주는 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종교적으로 이슬람과 대립구도를 이루는 당사자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올해 초 이슬람권을 휩쓸었던 서구 언론의 마호메트 만평 사태 이상의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교황의 입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보도된 마누엘 황제의 말은 마호메트가 이 세상에 선사한 모든 것이 이슬람을 칼(무력)로 전파하라는 명령 등 사악하고 비인간적이라는 것. 교황은 또 무력에 의한 신앙 전파를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한 마누엘 황제의 말을 반복 인용하면서 "폭력은 신과 인간영혼의 속성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황청은 이슬람권이 문제 삼는 교황의 발언은 종교적 목적으로 폭력을 쓰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황청의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국무장관은 16일 무슬림들이 일부 강론 내용을 기분상하게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을 교황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슬람권 격앙 = 이슬람권은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을 이슬람을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무슬림에게 부여된 의무인 지하드(성전)의 폭력성을 비판하면서 마호메트를 함께 헐뜯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 외무부는 16일 카이로 주재 교황청 대사를 소환해 유감 입장을 표명했고, 쿠웨이트, 모로코, 수단 등 일부 이슬람 국가들은 항의의 뜻으로 바티칸에 파견한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 이슬람 운동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교황청 국무부를 통한 교황의 간접 사과를 일축하면서 직접 사과를 요구했고, 수니파 이슬람의 최고 종교기구인 알-아즈하르도 교황의 발언이 종교ㆍ문명 간 대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비난의 칼날을 세웠다. 또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17일 교황의 발언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기로 했으며, 터키, 인도네시아 등 다른 이슬람권 국가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교황의 잘못된 인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서는 교회를 겨냥한 공격이 발생하고, 로마와 바티칸을 공격하겠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성명이 발표되는 등 이번 사태가 조기 수습되지 않을 경우 종교 간의 큰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슬람권 왜 분노하나 = 교황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테러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대적 의미의 지하드를 비판하면서 종교의 평화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문제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교황의 발언이 테러를 서슴지 않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기독교계를 대변한다고 이슬람권이 보는 미국은 9.11 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 환경 제거를 명분으로 잇따라 전쟁을 일으켰고,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대테러 전쟁이 결국 이슬람권을 상대로 한 전쟁으로 비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슬람권 저변에서는 폭력성을 띠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지하드를 합법적인 저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교황은 서구적 관점에서 이슬람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화법으로 지하드를 비판했다. 이슬람이 평화적 종교라고 말하는 무슬림들은 지하드가 현재 일부 개념이 왜곡됐지만 원래는 사람들을 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교황의 지하드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는 게 무슬림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또 엄밀히 말하면 중세 때 수 차례의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 이슬람권에 재앙을 안겨 준 기독교가 더 폭력적인 종교라는 게 무슬림들의 인식이다. 게다가 교황은 무슬림들이 예수에 이어 지금까지 지구상에 출현한 마지막 예언자라고 보는 마호메트를 간접적으로 폄훼했다. 이슬람권이 분노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그런 배경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황의 발언에 이슬람권이 반발하는 데는 이슬람권의 좌절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집트의 한 소식통은 교황의 발언은 "이슬람권 입장에서 보면 울고 싶은 데 뺨을 때려주는 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종교적으로 이슬람과 대립구도를 이루는 당사자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올해 초 이슬람권을 휩쓸었던 서구 언론의 마호메트 만평 사태 이상의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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