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웅 스님이 일반인들도 간화선 실참(실제로 참선을 해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개설한 ‘집중 수련’ 첫날
일반인 참선지도 서울 한복판 육조사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누구나 ‘정진’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누구나 ‘정진’
5일 전국 90여곳의 사찰 선원에선 스님 2천여명이 동안거(겨울 90일간 한곳에만 머무르며 수행)에 들어갔다. 자성(自性·자기의 본래 성품, 즉 부처)을 밝히기 위해서다. 스님들은 고적한 산사에서 공양을 받으며 일체의 잡무 없이 하루 8시간 넘게 참선에만 전념한다.
그렇다면 산사가 아닌 번잡한 도시에 머물며, 직장일이나 가사를 해야 하고, 기껏해야 하루에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을 내기에도 버거운 일반 대중들은 자성을 밝힐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할 수 있다”는 깃발을 내걸고, 현웅 스님(오른쪽 사진)이 일반인들의 참선을 지도하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 육조사를 3일 찾았다.
이날은 현웅 스님이 일반인들도 간화선 실참(실제로 참선을 해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개설한 ‘집중 수련’ 첫날(위 사진)이었다. 선방에서 20년을 참선했는데도 참선 옆에도 가보지 못하다가 당대의 선지식인 전강 선사의 말 한마디에 “방황을 그쳤다”는 현웅 스님은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서양인들에게 선을 전하다 귀국해 2년째 서울에서 지도하고 있다. 육조사에서 ‘허례허식’은 찾아볼 길이 없다. 선사들은 일반인들이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아야만 하는 법상에 앉아 법문을 한다. 그러나 한국 승가가 평등을 근본으로 여기는 불교라기보다는 차별이 엄연한 ‘유교적’이라고 보는 현웅 스님은 삼배를 받지도 않은 채 대중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모든 질문에 답하면서, 참선 중에 몸을 푸는 참선 체조까지 직접 가르쳐준다. 대부분의 절에선 식사 때 스님과 재가자의 밥상을 엄격히 구분하지만, 그는 재가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마음 상태를 알아본다. 그는 산사에 갇히고, ‘선승의 권위’에 갇힌 간화선을 열어젖히는 선구자다. 이날 육조사 선방은 60여명의 재가 선객들로 빼곡이 들어찼다.
간화선은 ‘이뭣꼬’(이것이 무엇인가) 등 선사가 던져준 화두를 일심으로 의심해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근본 성품을 깨닫는 조계종의 주요 수행법이다. 그러나 간화선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웅 스님은 이런 금기를 깼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현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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