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권오성 총무, 박종순 회장, 지관 총무원장, 이성택 교정원장 (왼쪽부터)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맞아 그 뜻을 기리자는 종교지도자들의 성탄 메시지다. 지난해에 이어 불교계도 성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가톨릭 정진석 추기경=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는 권력과 지위를 지니고 오실 수 있었지만 아무런 힘도 없이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탄의 신비입니다.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을 통해 하느님의 뜻이 드러났습니다. 우리 교회는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신 예수님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거룩한 교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병들고 허약한 이에게 위로가 되고, 억울한 이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합니다. 교회가 오늘날 외적으로 많이 발전하더라도 내적으로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기뻐하며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이 이 시대 모든 사람들, 특히 남북으로 갈라진 채 고통 받는 우리 민족과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우리의 이웃들이 겪고 있는 이런 고통과 문제들은 자본주의와 효율성의 논리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셨습니다. 경쟁이 아닌 나눔을, 승리와 지배가 아닌 희생과 섬김을, 증오가 아닌 사랑을, 분쟁과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 세상에 선포하셨습니다. 그럼으로써 권세 있는 자들과 마음이 교만한 자들이 내쳐지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높여지고, 배고픈 사람들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이 주님의 길을 순종하며 따라가야 할 때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박종순 회장=겸손하신 평화의 왕이 이 땅에 오신 지 이천년이 지났지만 오늘 우리 사회는 자신을 높이며 권세를 다투는 수많은 무리들로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사람들은 권세가 보여주는 그 허망함을 알면서도 앞 다투어 그 소용돌이 속으로 자신을 내던집니다. 비록 화려함과 열광하는 군중의 환호는 없었지만 오히려 고요하고 거룩한 그 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낮고 천한 우리들을 어루만지시며 위로하시는 사랑의 손길을 보여주셨다. 그러므로 우리도 소외된 이웃과 상처받은 영혼을 향해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을 2천만 불교도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은 사랑과 나눔을 통한 구원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귀하며, 살아 있는 것은 하나의 생명으로서 서로 보살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원수 또한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용서와 화해는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으로부터 시작되며, 갈등과 불신이 극복되고 나눔과 사랑, 평화가 함께할 것입니다. 인류의 스승인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처럼 나눔과 평화가 우리 마음속에 그리고 이 땅에 충만케 되기를 기원합니다.
원불교 이성택 교정원장=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원불교 전 교도를 대표해 축하합니다. 아울러 사랑과 축복의 종소리가 온 세상 가득한 성탄절 되시고,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희생과 사랑이 물욕과 이기가 가득한 이 시대의 등불로 밝게 빛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곁에 있는 소외된 이웃과 정신의 가난에 처해 있는 모든 이들이 희망과 평화를 얻으시길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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