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편수 등 일제통치에 협력한 식민지 지식인 이능화(1869~1943)를 불교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옛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이능화와 권상로의 불교사상 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딴 이재헌씨가 펴낸 〈이능화와 근대 불교학〉(지식산업사)이 그것. 지은이는 이능화의 불교 관련 두 가지 저서 〈백교회통〉(百敎會通), 〈조선불교통사〉(1918)를 분석해 이능화가 한국 불교학에 끼친 영향을 추출해냈다.
이능화는 전통 교학과 근대 불교학의 접점에 서 있었다는 것이 대전제. 지은이는 이능화가 두 책을 통하여 공헌한 점은 △현대의 세련된 연구를 위해 자료를 집대성했다 △진화론적 진보사관에 의한 연구방법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불교학의 여러 쟁점과 연구 주제를 남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이능화는 유불선 합일을 지향한 신종교를 “가소로운 것” “야비하고 속되고 천하고 누(陋)한 것” 이라고 비판했는데, 이는 불교를 ‘고등종교’로 간주한 진화론적 시각에서 말미암은 생각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능화가 중시한 것은 종파의 기원, 법통 규명, 선의 본질 논쟁 등 불교 원류의 파악. 이 논쟁은 일제 강점기 이후 수십년 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참여해 복잡한 문제인데 논쟁의 초창기에 이를 학문적 대상을 삼음으로써 한국 불교학 전개의 방향타 구실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의 선(禪)도 교(敎)도 아닌 현상과, 선종을 나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허의 무애행을 비판한 이능화의 개혁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지식산업사. 1만9000원.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