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워싱턴대성당 한국인 이민 100주년 기념 미사
“본인들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부풀려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입니다. 사회 전체가 정직한 사회로 가는 게 제 소망입니다.”
미국 워싱턴 대성당에 한국 성모자·순교자 부조상 축복미사 집전을 위해 방미한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정진석(사진) 추기경은 19일(현지시각) 학력 위조 등 요즘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정 추기경은 최근 종교계의 각종 논란과 비리에 대해 “개인이나 공동체, 집단을 막론하고 지나친 욕심이 악을 범하는 원인”이라며 “내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듯이, 내 종교를 위해 다른 종교에 피해를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해 “천주교는 부동산을 사고팔 때 세금을 내고 있고, 신부들은 면세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저소득층”이라고 밝힌 뒤 “국민들이 다른 종교단체들은 상당한 소득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해선 말할 위치가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납골당 건립 문제로 계란 세례를 받기도 했던 정 추기경은 ‘존경받는 권위’가 사라져가는 세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절대 존경을 받는 사람이 존재하기 어렵겠지만, 나라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국민 전체가 인정하는 마지막 권위는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국민 전체가 인정하는 권위가 있어야 행복과 연결될 수 있을텐데…. 그런 것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정 추기경은 오는 22일 미국을 대표하는 성당인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한국 가톨릭을 상징하는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상과 남녀 순교자가 순교 직전 절규하는 모습을 담은 부조상을 봉헌하는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한국 성모자·순교자상 제작은 한인 이민 100주년이던 2003년 미국 주교회의가 9월21일을 ‘한인 가톨릭의 날’로 선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인 가톨릭공동체가 100만달러의 기금을 모금해 4년의 준비와 공사 끝에 완공을 보게 됐다. 정 추기경은 “이민 100주년 기념 부조상 건립은 미주 한인 신자들 뿐아니라 한국 교회에도 매우 뜻깊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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