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건축기행34〉
유럽엔 성당이, 동남아시아에 사찰이, 중동에선 이슬람 사원이 각각 대표적인 문화재들로 꼽힌다. 종교 건축물들은 그 시대와 정신을 그대로 담아낸 까닭이다. 세계의 대표적인 다종교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물을 통해 서로 비교해 보는 재미가 더욱더 쏠쏠하다. 서울신문 김성호 문화전문기자가 〈종교건축기행34〉(W미디어 펴냄)에서 우리나라 성전들의 멋과 역사를 소개했다.
책엔 ‘화엄의 세계’ 압축판이라는 영주 부석사와 ‘법이 머무는 곳’이라는 법주사 팔상전 등 우리나라 전통 사찰뿐 아니라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전통 건축을 수용했던 천주교의 익산 나바위성당과 성공회가 목조로 지은 강화읍성당과 경북 영천 자천교회 등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천교회는 서당 훈장으로서 기독교를 받아들였던 권헌중이 초가 사랑방을 예배당 겸 서당으로 써 낮에는 한문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성경을 공부 했다. 그러다가 1903년 지은 목조한옥이다. 이 교회는 기존의 한옥 구조 그대로 예배를 보고 있어 독특한 조화미를 보여준다.
또 구한말 열강들의 외교 각축장인 서울 정동의 성공회 서울대성당과 정동교회, ‘남녀 칠세 부동석’의 유교적 가치를 반영해 남녀 신자석을 구분했던 ‘ㄱ자’ 김제 금산교회, 천주교 신자들을 집단 처형하던 ‘피의 순교터’ 서소문 밖 네거리를 내려다보는 약현성당 등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조연현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