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사진)
대북지원 단식기도 막바지 법륜스님
남·북·미 정책 함께 비판해온 ‘외곬’
“대규모 아사 심각…특사로 풀어야” 정토회를 이끌고 있는 법륜(사진) 스님이 북한 주민 식량돕기를 요구하며 31일 현재 67일째 단식 중이다. 7월 마지막 주말인 지난 26일 오전, 스님이 머물고 있는 경북 문경 정토수련원 입구는 빗물이 넘쳐 포크레인이 물길을 잡고 있었다. 올해 새로 지은 명상센터에서 기자를 맞은 스님은 초인적인 단식을 해 온 티가 전혀 안 났다. 몸무게만 많이 줄었을 뿐이라고 했다. “해마다 3·7일(21)씩 단식기도를 했는데, 올해는 북한 식량사정이 더 심각해서 길어지고 있습니다. 단식기도를 하는 뜻은, 그들의 배고픔을 나누겠다는 것과 그들의 고통을 내가 느끼면서 더 적극적으로 그들을 돕겠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큰 기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 기도가 간절해서 천지신명이 감동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5월26일 처음 단식을 시작한 이후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며 “새로운 지원은커녕 기존의 교류와 협력마저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기도 칠·칠일(49)이 되는 날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 용의도 있고 6·15 선언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는데, 하필 그날 아침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터진 거죠. 지금까지 모든 수고가 도루묵이 된 느낌이었어요.” 스님은 “이럴 때 주저앉느냐, 다시 일어서느냐는 수행자의 견고한 믿음과 정진의 힘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렇게 많은 북한 주민들이 죽어가는데, 아무도 저들을 돌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어요. 사실은 우리 모두가 가해자지요. 가해자 대신 죄값을 받아 주는 기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삼칠일 더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수행은 결국 내 자신의 깨달음이거든요.” 그는 “올들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지만 문제는 90년대 중반처럼 집단적으로 아사하는 게 아니고 4500여개 리와 동마다 한두 명씩 영양실조로 굶어죽으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법륜 스님은 지금까지 북한을 방문한 적이 한번도 없다. 북한주민들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다니니 북한 당국에서 곱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제가 펴내는 <좋은 벗들>을 북한 당국은 ‘나쁜 벗들’이라고 그래요. 북한 인권이나 난민 문제를 지적하니 그런 거지요. 남쪽의 보수진영에서는 제가 북한 지원을 주장하니 ‘퍼주기론자’라고 반대하고, 좌파진영은 북한 당국과 민중을 동일시하니 주민들이 굶어죽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죠. 미국 정부도 ‘북한을 포용하고, 약소국 권리를 인정하라’고 주장하니 제가 북한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모든 비난이 바로 분단의 당연한 과보, 업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요.”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남북 교류화해 정책을 존중하는 게 우선 중요합니다. 두 정부가 인권 등 북한 민중에 관한 것은 외면하고 북한 정부와만 밀접히 관계한 것은 비판하고 개선하면 되지요. 금강산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 등 큰 원칙을 천명했으니 거기 맞춰서 풀어가야 합니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스님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효과가 적으므로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쪽 고위급 인사들이 만나야 합니다. 먼저 만나 사전정지작업을 한 후 특보나 특사를 보내 풀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의중을 실어 보내면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70일째인 3일 단식을 끝낼 예정인 그는 “다만 수행을 계속할 따름”이라며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산 하는 길, 포크레인이 파낸 산길 모퉁이 도랑으로 정토수련원 뒷편 뇌정산에서 쏟아져 내린 개울물이 제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문경/글·사진 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대규모 아사 심각…특사로 풀어야” 정토회를 이끌고 있는 법륜(사진) 스님이 북한 주민 식량돕기를 요구하며 31일 현재 67일째 단식 중이다. 7월 마지막 주말인 지난 26일 오전, 스님이 머물고 있는 경북 문경 정토수련원 입구는 빗물이 넘쳐 포크레인이 물길을 잡고 있었다. 올해 새로 지은 명상센터에서 기자를 맞은 스님은 초인적인 단식을 해 온 티가 전혀 안 났다. 몸무게만 많이 줄었을 뿐이라고 했다. “해마다 3·7일(21)씩 단식기도를 했는데, 올해는 북한 식량사정이 더 심각해서 길어지고 있습니다. 단식기도를 하는 뜻은, 그들의 배고픔을 나누겠다는 것과 그들의 고통을 내가 느끼면서 더 적극적으로 그들을 돕겠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큰 기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 기도가 간절해서 천지신명이 감동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5월26일 처음 단식을 시작한 이후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며 “새로운 지원은커녕 기존의 교류와 협력마저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기도 칠·칠일(49)이 되는 날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 용의도 있고 6·15 선언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는데, 하필 그날 아침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터진 거죠. 지금까지 모든 수고가 도루묵이 된 느낌이었어요.” 스님은 “이럴 때 주저앉느냐, 다시 일어서느냐는 수행자의 견고한 믿음과 정진의 힘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렇게 많은 북한 주민들이 죽어가는데, 아무도 저들을 돌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어요. 사실은 우리 모두가 가해자지요. 가해자 대신 죄값을 받아 주는 기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삼칠일 더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수행은 결국 내 자신의 깨달음이거든요.” 그는 “올들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지만 문제는 90년대 중반처럼 집단적으로 아사하는 게 아니고 4500여개 리와 동마다 한두 명씩 영양실조로 굶어죽으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법륜 스님은 지금까지 북한을 방문한 적이 한번도 없다. 북한주민들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다니니 북한 당국에서 곱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제가 펴내는 <좋은 벗들>을 북한 당국은 ‘나쁜 벗들’이라고 그래요. 북한 인권이나 난민 문제를 지적하니 그런 거지요. 남쪽의 보수진영에서는 제가 북한 지원을 주장하니 ‘퍼주기론자’라고 반대하고, 좌파진영은 북한 당국과 민중을 동일시하니 주민들이 굶어죽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죠. 미국 정부도 ‘북한을 포용하고, 약소국 권리를 인정하라’고 주장하니 제가 북한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모든 비난이 바로 분단의 당연한 과보, 업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요.”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남북 교류화해 정책을 존중하는 게 우선 중요합니다. 두 정부가 인권 등 북한 민중에 관한 것은 외면하고 북한 정부와만 밀접히 관계한 것은 비판하고 개선하면 되지요. 금강산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 등 큰 원칙을 천명했으니 거기 맞춰서 풀어가야 합니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스님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효과가 적으므로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쪽 고위급 인사들이 만나야 합니다. 먼저 만나 사전정지작업을 한 후 특보나 특사를 보내 풀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의중을 실어 보내면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70일째인 3일 단식을 끝낼 예정인 그는 “다만 수행을 계속할 따름”이라며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산 하는 길, 포크레인이 파낸 산길 모퉁이 도랑으로 정토수련원 뒷편 뇌정산에서 쏟아져 내린 개울물이 제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문경/글·사진 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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