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성수도자들 모임인 삼소회의 순례 도중 이탈리아 로마에서 불교 비구니 스님과 가톨릭·성공회(개신교) 수녀가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걷고 있다.
종교간 대화노력 물거품 될라 우려
이명박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종교 편향이 현실화하고, 이에 불교계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종교간 갈등이 불거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다종교사회다. 다종교 사회라는 인도도 따지고 보면 힌두교인이 전 국민의 80%가 넘는 사실상 힌두교 국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불교와 개신교, 가톨릭 세 종교가 굳건히 정립해 있고, 원불교, 천도교, 증산도 등 자생종교들도 나름의 조직을 갖고 있다.
세계적 분쟁의 절반 이상이 종교간 갈등에서 야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다종교 사회면서도 조화와 평화를 유지해 상당한 경이로움을 불러왔다.
개신교는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고백하는 신앙으로 원래부터 배타성을 띠고 있는데다, 한국의 경우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전래되면서 다원주의를 인정치 않는 근본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선 종교 말고도 문중과 지역, 학교, 이념 등 유대감을 형성하는 변수가 적지 않아 종교를 넘어서 어울리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더구나 개신교 안팎에서도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간 갈등이 빚어짐으로써 야기되는 민족적 불행을 미연에 예방하려는 종교간 대화 노력이 적지 않았다. 특히 강원용 목사가 설립한 크리스천아카데미와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종교간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폭을 높여왔다.
또 한쪽에선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로 물의를 빚은 적도 있지만, 서울 향린교회에선 무슬림 선교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청파감리교회에선 꾸준히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진보적인 개신교계 단체들과 목사들은 부처님 오신날 축하 메시지나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꾸준한 대화 노력과 만남이 종교 갈등을 방지하는 스펀지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개신교 장로 출신의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스님들도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는 장경동 목사류의 배타적 언행들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어 종교간 화해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장 목사의 발언은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라며 “보수 기독교적 양심이 있다면 절제할 줄 알고 성숙하게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과 장 목사의 편향성은 가지일 뿐이며 그 뿌리는 성서를 문자적으로 절대시하는 풍토에 있다”며 “목사라고 하더라도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이종교사와 문화사 정도는 배워 이 땅의 종교와 문화와 대화하는 자세를 갖추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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