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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스님과 신부, 노고단서 오체투지

등록 2008-09-04 22:01수정 2008-09-05 09:55

스님과 신부, 노고단서 오체투지
스님과 신부, 노고단서 오체투지

오체투지 생명의 길에 나서다

 지리산의 품은 넉넉했다. 4일 오후 3시10분 지리산 노고단 고개. 불교환경연대 수경 스님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는 ‘사람과 생명, 평화의 길을 찾는 순례’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딱”하고 죽비소리가 나자, 양 무릎을 꿇고 팔꿈치를 펴 엎드린 뒤 이마를 땅에 붙이는 오체투지 방식으로 첫걸음을 뗐다. 오체투지는 중생이 빠지기 쉬운 교만을 떨쳐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불교의 예법이다. “독단과 독선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자신을 낮은 마음으로 돌아보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길”엔 100여 명이 동행했다. 오체투지 순례는 지리산을 거쳐 계룡산 200여 ㎞를 59일동안 이어간다.

 앞서 두 사람은 이날 오후 1시20분 노고단 정상에 올라가 사방을 향해 예를 올렸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계룡산·묘향산과 더불어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던 영산이다. 마주 선 두 사람은 북동서남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면서 엎드린 채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엎드렸다. 두 사람은 2003년에도 새만금 방조제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전북 부안~서울 3백여 ㎞를 57일동안 삼보일배로 순례했다. 문규현 신부는 “민심이 천심임을 알게 하고, 하늘을 두려워하고 민의 앞에 겸손하게 하라”며 “생명의 귀함과 소중함을 선택하도록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불편한 다리를 끌며 오체투지에 나선 수경 스님은 말을 아꼈다.

[현장] 스님과 신부 오체투지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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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노고단 고갯길에 도착하자 “둥둥둥” 모듬북 소리가 울렸다. 오후 2시부터 열린 천고제엔 불교·원불교·개신교·천주교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황토 흙으로 빚어진 57개의 작은 ‘토우’들이 제단을 빙 둘러 섰다. 김지하 시인은 기도문을 통해 “광장의 촛불 이제 산에 오릅니다. 한반도의 어머니 산들이시여 부디 우리 흰그늘을 받아주소서”라고 기원했다. 이현주 목사는 “천지신명이 두 분의 몸을 통해 건강한 나라를 잉태하도록 하소서”라고 말한 뒤 꼬옥 껴안았다. 이원규 시인은 “지리산 자벨레의 처절한 참회의 자세로 사람의 길을 묻고 또 물으며 머나먼 길을 나서고 있다”고 마고할미에게 고했다.

천고제의 마지막은 ‘마고 할미’가 노고단을 향해 올리는 신명의 춤판으로 이어졌다. 이어 참석자들은 토우를 하나씩 들고 흥겨운 풍물 장단에 맞춰 노고단 고개를 돌며 생명과 평화를 기원했다. 순례단은 매일 오체투지로 3~5㎞를 걸어 11월 1일께 계룡산 신원사에 도착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계룡산~임진각~묘향산으로 이어지는 ‘평화 순례’에 나서기로 했다.

노고단/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동영상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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