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우려하던 일 중하나가 종교 편향에 대한 일이었다. 일찍이 서울시장 재직 시부터 서울을 봉헌 한다는 기도 내용과 청계천 준공식에서의 발언, 기도 내용들이 기독교를 제외한 타 종교 신자들로부터 지적과 눈총을 받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면 기독교계 뿐 아니라 불교를 비롯한 타 종교인들의 지지와 협조를 필요로 하기에 국민 통합과 화합 차원에서 대승적 자세로 종교 편향적 우려를 불식 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은 이 명박 대통령의 과거 경력과 스타일을 몰랐던 무식한 기대 던 것일까? 금번 범 불교계의 시위와 농성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불편해 짐을 느낀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남과 북으로 허리가 갈린 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이념의 시험장 속에서 동족상잔의 전쟁의 아픔과 기아와 고통 그리고 죽음을 불사하는 한풀이 하듯 우리의 잘살기 운동의 결과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군사 정권과 독재의 암울했던 시기도 선배들의 땀과 피흘림을 통해 민주화를 이룩해 명실상부한 세계 속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가슴 설레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같을 것으로 안다.
공산주의와의 이념전쟁을 극복하고 민주주의 공화국 대한민국을 지켜냈고, 가난과의 전쟁을 이겨내어 세계 11위권의 무역 및 경제 대국을 이룩하였고, 총과 칼을 앞세운 독재 정권과의 학생/시민 민주 항쟁을 통생,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주의 나라를 세웠다. 이 모든 일들이 우리들 한 세대 동안에 이뤄낸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진정 자랑스러운 한국 역사의 금자탑이다.
위대한 한국 민족의 저력과 가슴속에 용솟음쳐 올라오는 우리의 피 끓는 에너지를 이제 어디로 그 방향을 돌려야 할까. 그것이 바로 광복이후 분단된 우리 민족의 통일로 향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 이제는 통일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에서 이룩한 경제적 풍요, 우리의 선배 세대에서 이룩한 자유 민주주의. 그 어느 것 하나 땀과 눈물과 피 흘림 없이 되어진 것이 없었다. 이제 우리는 또 우리의 후배들은 민족 통일을 달성하고, 하나 된 민족의 힘과 에너지 그리고 소원을 묶어서 세계속의 한국으로 진정 우뚝 설수 있는 그 날을 가져와야 한다. 앞당겨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끝없이 이어지는 촛불집회, 반촛불집회, 반정부 시위, 친정부 시위, 범불교계 시위와 일부 기독교 인사들의 종교폄하 발언/행동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민족의 미래 번영을 위해 또 시대적 사명인 민족의 통일을 위해 써도 모자랄 우리의 정열과 에너지를 왜 이렇게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내부 갈등과 종교 갈등의 이유로 허비해야 하는가 말이다. 지금 주변 국가들의 동향을 봐도 심상치 않다. 일본과는 독도문제로, 중국과는 이어도 및 역사왜곡 문제로 갈등과 분쟁이 예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6자회담으로 대변되듯이 우리 민족의 문제를 주변 강대국들의 입김과 결정에 맡겨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위한 국내 계층간 종교간 갈등을 유발하고 방관하고 있는지 진정 안타까운 일이다.
유럽에서도 종교 간의 갈등은 있어왔고 지금도 얼마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수의 종교가 소수의 종교를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정부 정책적으로는 더 그렇다. 종교가 정치문제에 개입하는 여지를 철저히 줄이고 감시 할 뿐 아니라, 터키 같은 경우는 헌법에 명시하여 종교의 정치 개입이나 영향력 행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몇 나라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히잡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 같은) 착용에 대하여 종교성을 띈 상징물이라고 하여 공공장소 착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한바 있어 당시에 논란이 되긴 했지만 결국 통과되어 시행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에서는 이는 소수 이슬람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다수인 기독교 측의 상징인 십자가 등 여타 종교도 종교의 상징물로 간주될 수 있는 물건의 착용을 동일한 조건으로 제한하였기에 그 반발은 수그러들었다.
이슬람 인구가 전체 인구의 99%라고 발표하고 있는 터키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는 비 종교 국가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이 같은 종교를 믿고 있음에도 국교를 정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려는 세속주의 정책의 일환이며, 종교는 정치에, 정치는 종교에 편향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헌법으로 명시되어 있고 또 이를 엄격하게 지키고 실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에 터키 집권당 인 AKP가 종교 편향적 발언과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정당해산 및 정치활동 금지를 헌법재판소에 제소 당한 사건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 터키의 현직 외교부장관이 유럽의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터키는 이슬람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발언한 것이 터키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당시 문제가 된 것은 역시 이슬람 여인들이 히잡을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터키의 기존 정책에 반발한 집권당 AKP가 관련 법령의 정비 및 집권당의 힘으로 대학을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 금지를 해제 하고자 함으로써, 종교적 보수 세력과 개혁 세력간의 극심한 사회 분열을 조장하였고 결국은 이로 인해 집권당 폐쇄라는 헌재 피소를 당하게 된 상황에서 집권당의 외교부장관이 기독교권인 유럽의 주요한 회의석상에서 터키는 이슬람이 역차별 받는 다는 발언을 하는 사태까지 발전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터키의 집권당 폐쇄는 하지 않는 것으로 판결이 났고, 재판에서 자유로워진 집권여당이긴 하지만 또다시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공공장소 히잡 착용문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일단락 짓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보면, 사회적으로 강자의 입장에 있는 집권세력 또는 다수 세력이 소속된 종교가 다소 서운한 부분이 있더라고 양보하고 자제하는 것이 사회 안정의 방향이고 또 추세인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의 기독교, 정말 짧은 역사 속에서 오늘날 큰 발전과 확장을 이룩한 그 현실적 입지는 인정하고 평가를 한다. 하지만 타 종교에 대한 편향적 발언, 행동 그리고 집권 정부의 힘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좀더 신중하고 자제하며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진정 함께 노력하고 힘과 에너지를 모아야 할 민족의 숙원사업이 있지 않는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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