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불교 두룩빠 법왕(걀왕 두룩빠·사진)
티베트불교 카규파 지도자 두룩빠 법왕 방한
“한국의 종교차별 움직임 잘 알아”
2대 종파 수장 ‘종교간 화합’ 강조 “10여년 전(1996년)에 왔을 때보다 더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종교적으론 수행력이 오히려 좀 떨어진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불교에 관한 젊은이들 관심은 더 높아진 듯하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늘면 타인에 대한 배려도 늘고 평화로워져 현세에서나 내세에서나 모두에게 득이 된다.” 티베트불교 두룩빠 법왕(걀왕 두룩빠·사진)은 오랜만에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불교 이야기’부터 했다. 창건 11돌을 맞은 서울 성북구 길상사의 주지 덕조 스님 초청으로 지난달 말 방문한 법왕은 2천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한 티베트식 ‘관정법회’를 열었고 순천 송광사, 보성 대원사 등도 둘러봤다. 티베트불교는 크게 4개의 파가 있다.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겔룩파가 가장 크고 카규파가 그 다음인데, 두룩빠 법왕은 카규파의 유력 지파 또는 학파인 두룩빠의 최고지도자다. 800여년 전에 시작된 카규파의 2대 파 가운데 하나가 두룩빠이고 그 창시자가 바로 두룩빠 법왕이다. 800여년 전 창시자가 바로 지금의 법왕이라는 건 ‘환생’, ‘활불’이라는 티베트불교 특유의 개념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지금 법왕은 창시자의 12대째 환생불이다. “티베트에도 다른 종교가 있긴 하나 샤머니즘적인 전통종교 인구가 3% 정도이고 이슬람 신도는 그보다 더 적고 기독교 신도는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종파간에 어느 쪽 신도가 더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다툼이나 억압은 없고 서로 친척처럼 화합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근 불교 대중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의 ‘종교 차별’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법왕이 이처럼 종파간 화합을 강조한 데는 각별한 뜻이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했다. 티베트는 거의 불교도들 세상이지만 한결같진 않다고 했다. “25살 때쯤까지는 불교적인데 그 나이를 지나 50살쯤까지는 사회경제적 활동에 전념하면서 세속적 행복을 추구하고 이후 다시 불교로 되돌아온다”고 했다 “정치에 관해선 별로 아는 게 없다”, “이건 티베트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내 개인 생각”이라는 토를 단 조심스런 얘기이긴 했으나 법왕은 중국의 티베트정책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지적했다. “두룩빠 사원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해마다 스님이 되려는 출가자 수를 20명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하고 있다. 이래서는 자유로운 출가나 수행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학도 설립하고, 무너진 옛 사원들도 재건하고 싶지만 허락해주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도. 정부가 티베트 문화를 없애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티베트 전체를 대표하는 달라이 라마에게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그런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더 높은 차원의 자치를 원한다. 그래야 좀 더 평화롭게 살 수 있지 않겠나.” 위아래로 각각 주황색, 주홍색의 평복을 입고 독특한 모자를 쓴, 친근하고 편안한 표정의 법왕의 현생 세속 나이는 46살이라고. 3년째 한국에 머물러 통역을 해 준 티베트 스님이 귀띔해주었다. 모자를 쓰는 건 기본적인 예에 속할 뿐 아니라 한번 들어가면 일정 기간 두문불출하는 ‘무문관 수행’이 많은 티베트에서 그 기간 내내 쓰는 수행의 기본 차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방에는 티베트불교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두룩빠 계보 사찰만 해도 세계 각지에 500개 넘게 분포해 있다. 영어에도 능통한 법왕은 티베트불교가 서방에서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티베트엔 수행 실력 등에 따라 구분되는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 등 세 단계의 구도자들이 있는데 굳이 출가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비교적 쉽게, 차별 없이 각 단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걸 들었다. “중요한 건 마음을 편히 갖는 것이다. 마음의 평안 없이 평화는 없다. 마음수행 없이 외적 발전을 갈구해봤자 행복해질 수 없다. 균형을 잃지 말고 마음을 보살펴라.” 지난 주말 떠난 법왕이 한국인들에게 남긴 말씀이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대 종파 수장 ‘종교간 화합’ 강조 “10여년 전(1996년)에 왔을 때보다 더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종교적으론 수행력이 오히려 좀 떨어진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불교에 관한 젊은이들 관심은 더 높아진 듯하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늘면 타인에 대한 배려도 늘고 평화로워져 현세에서나 내세에서나 모두에게 득이 된다.” 티베트불교 두룩빠 법왕(걀왕 두룩빠·사진)은 오랜만에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불교 이야기’부터 했다. 창건 11돌을 맞은 서울 성북구 길상사의 주지 덕조 스님 초청으로 지난달 말 방문한 법왕은 2천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한 티베트식 ‘관정법회’를 열었고 순천 송광사, 보성 대원사 등도 둘러봤다. 티베트불교는 크게 4개의 파가 있다.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겔룩파가 가장 크고 카규파가 그 다음인데, 두룩빠 법왕은 카규파의 유력 지파 또는 학파인 두룩빠의 최고지도자다. 800여년 전에 시작된 카규파의 2대 파 가운데 하나가 두룩빠이고 그 창시자가 바로 두룩빠 법왕이다. 800여년 전 창시자가 바로 지금의 법왕이라는 건 ‘환생’, ‘활불’이라는 티베트불교 특유의 개념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지금 법왕은 창시자의 12대째 환생불이다. “티베트에도 다른 종교가 있긴 하나 샤머니즘적인 전통종교 인구가 3% 정도이고 이슬람 신도는 그보다 더 적고 기독교 신도는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종파간에 어느 쪽 신도가 더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다툼이나 억압은 없고 서로 친척처럼 화합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근 불교 대중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의 ‘종교 차별’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법왕이 이처럼 종파간 화합을 강조한 데는 각별한 뜻이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했다. 티베트는 거의 불교도들 세상이지만 한결같진 않다고 했다. “25살 때쯤까지는 불교적인데 그 나이를 지나 50살쯤까지는 사회경제적 활동에 전념하면서 세속적 행복을 추구하고 이후 다시 불교로 되돌아온다”고 했다 “정치에 관해선 별로 아는 게 없다”, “이건 티베트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내 개인 생각”이라는 토를 단 조심스런 얘기이긴 했으나 법왕은 중국의 티베트정책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지적했다. “두룩빠 사원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해마다 스님이 되려는 출가자 수를 20명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하고 있다. 이래서는 자유로운 출가나 수행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학도 설립하고, 무너진 옛 사원들도 재건하고 싶지만 허락해주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도. 정부가 티베트 문화를 없애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티베트 전체를 대표하는 달라이 라마에게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그런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더 높은 차원의 자치를 원한다. 그래야 좀 더 평화롭게 살 수 있지 않겠나.” 위아래로 각각 주황색, 주홍색의 평복을 입고 독특한 모자를 쓴, 친근하고 편안한 표정의 법왕의 현생 세속 나이는 46살이라고. 3년째 한국에 머물러 통역을 해 준 티베트 스님이 귀띔해주었다. 모자를 쓰는 건 기본적인 예에 속할 뿐 아니라 한번 들어가면 일정 기간 두문불출하는 ‘무문관 수행’이 많은 티베트에서 그 기간 내내 쓰는 수행의 기본 차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방에는 티베트불교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두룩빠 계보 사찰만 해도 세계 각지에 500개 넘게 분포해 있다. 영어에도 능통한 법왕은 티베트불교가 서방에서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티베트엔 수행 실력 등에 따라 구분되는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 등 세 단계의 구도자들이 있는데 굳이 출가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비교적 쉽게, 차별 없이 각 단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걸 들었다. “중요한 건 마음을 편히 갖는 것이다. 마음의 평안 없이 평화는 없다. 마음수행 없이 외적 발전을 갈구해봤자 행복해질 수 없다. 균형을 잃지 말고 마음을 보살펴라.” 지난 주말 떠난 법왕이 한국인들에게 남긴 말씀이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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