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남은 4가지 요구조건도 수용해야”

불교계 성의 있는 자세지만 나머지 요구사항도 수용돼야 = 종교 편향 논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총무원에서 범불교 대책위원회 위원장 원학 스님이 ‘성의 있는 자세지만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수용돼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불교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 준비모임 예정대로 추진

불교계는 9일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 편향에 대한 유감 표명 발언에 대해 "성의 있는 자세"라고 평가하면서도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을 비롯한 나머지 요구 사항이 충족돼야 하며 이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불교 대책위원회 위원장 원학 스님은 이날 서울 견지동 총무원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같이 불교계 입장을 밝힌 후 "불교도의 지혜와 원력을 모아 남은 요구 사항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학 스님은 "이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지시한 것은 이전보다 성의있는 자세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수용한 것은 아니고, 그간 요구했던 4가지 조건이 모두 수용돼야 한다는 것이 불교계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 청장 파면 ▲공직자 종교편향 근절 입법조치 ▲시국관련 국민대화합 조치 등 3가지 결의사항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불교계의 입장은 나머지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한 정부 측 입장 변화와 성과를 본 다음 전반적으로 평가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학 스님은 10일 대구 동화사에서 열기로 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 준비 모임과 관련, "불교계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대회의 일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청장이 조계종을 찾아 사과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 지시에 대해서는 "아직 통보받지 못했지만 그때 가서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15만 경찰의 총수를 쉽게 파면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어 청장이) 스스로 사퇴를 결심하고 그 명분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혀 어 청장의 파면 요구를 굽히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요구했던 4개항 가운데 '대통령 사과'라는 대목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며, 다만 전보다 나아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게 불교계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원학 스님은 종교 중립 입법 요구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정부안이 효율적인지, 국회 의원 입법이 나은지 따져본 후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