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가 지난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지금 여기, 구원은 어떻게?-종교 다원시대, 구원의 의미’를 주제로 연 토론회.
‘성역’ 깬 토론 봇물…“배타주의 버리지 못하면 소멸” 경고
‘기독교 밖 구원’ 발언 변선환 학장 파면 뒤 10여년만에
‘기독교 밖 구원’ 발언 변선환 학장 파면 뒤 10여년만에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그리스도교 내에서 배타주의 극복에 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30일 감신대 기독교통합연구소와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 공동주최로 ‘한국 기독교의 배타주의-근원과 현상’에서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배타주의에 대한 포문을 연 이래 지난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가톨릭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아시아신학연대센터 주최로 ‘지금 여기, 구원은 어떻게?-종교 다원시대, 구원의 의미’를 주제로 열린 ‘종교간 열린토론회’에선 세계적인 신학자 피터 판 신부와 정양모 신부 등이 ‘성역’을 깬 토론을 벌였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지난 16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다원사회 속에서의 기독교와 기독교인의 자세’를 주제로 한 열린대화마당을 열었고, 주제 발표에 나선 이화여대 종교학과 정진홍 석좌교수는 “지금까지 기독교의 생존 논리였던 배타와 독선을 벗어나지 못하면 기독교는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에 대형 교회는 많지만 신학다운 신학은 없고 오직 교회를 위한 어용신학만이 존재한다는 신학계의 자조 속에서 신학자들의 이런 발언들은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구 대비 신학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음에도 교회에 종속된 신학계의 풍토 아래서 지난 90년대 초 감신대 변선환 학장이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신학적 소신을 밝혔다가 학장과 교수직, 목사직, 신자 직분까지 박탈당한 이래 신학계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한 신학자는 한국 개신교엔 “근본주의자와 더 근본주의자와 그보다 더 근본주의자만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며 “이처럼 세계에서 보기 드문 풍토가 조성된 것을 교회의 탓으로만 돌렸지만 실제로는 예언자적 정신을 망각한 채 보신주의로만 일관한 신학계의 풍토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독교학회도 지난 17~18일 대전 침례신학대에서 ‘한국 교회의 위기와 신학적 답변’을 주제로 한 공동학회를 열어 모처럼 신학적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발표에 나선 안선희 교수(이화여대)는 “한국 교회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외부세계에 대해 정복적이고 호전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사회화시키고 있다”며 “호전성과 전투성을 극복하고 온유, 겸손 등의 평화적 메타포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인식 교수(서울신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목회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조상 제사문제에 대해 “그리스도의 성만찬처럼 돌아간 자의 죽음을 기념하고 추도하는 성만찬적 추도예배로 의미를 승화할 수 있다”며 문화신학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 고든-코넬신학교 이문장 교수는 “신학의 세계화는 신학의 지역화를 전제하기 때문에 한국 신학이 우선적으로 한국적 풍토 위에서 한국 교회를 위한 한국 교회에 의한 한국 교회의 신학으로 환골탈태해 한국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학회 개회예배 설교자로 나선 이정익 목사(신촌교회)도 “오늘날 교회 성장을 위한 다양한 방법은 풍성하지만 정작 목회 현장에서 신학이 없어졌다”며 “신학을 통해 한국 교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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