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학림교회, 불교·원불교 함께 성탄예배
“서로 보듬고 나눠 종교간 화합 디딤돌 되길”
“서로 보듬고 나눠 종교간 화합 디딤돌 되길”
“저 사실은 어릴 때 교회 다녔습니다.” 성탄절인 25일 오전 충북 보은의 학림교회 교인들은 회색 승복을 입은 스님이 빙긋 웃으며 말문을 열자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교인 15명의 시골의 작은 교회인 충북 보은의 학림교회에서 종교를 초월한 ‘삼색 성탄 예배’가 열렸다. 충북 청주 관음사 현진 스님에 이어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박신유 교무도 찹쌀떡을 팔듯 “실은 나도 (어릴 때 교회에 다녔습니다)”하며 웃음바다를 이어나갔다. 이들은 이날 이 교회 이근태 목사의 초청으로 학림교회에 들러 성탄절 예배를 함께 봤다.
이 목사는 “오늘의 이 ‘특별한 예배’를 준비하느라 밤잠을 설쳤다”며 “뜻 깊은 자리에 큰스님과 교무님이 참석해 주셔서 예수께서 이 땅에 온 날이 더욱 빛나고 기쁘다”고 환영했다. 현진 스님은 “종교를 떠나서 위대한 성인이 탄생했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기쁜 일이고, 욕심, 소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구원이 있으니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전국에서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늘 교회에 와서 기독교인들과 만나고 싶었는데 오늘 그 소원이 이뤄졌으니 예수님은 정말 넓고 깊은 마음을 갖고 계시다”라고 말했다. 박 교무는 현재 교회 장로로 활동하는 소꿉 친구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종교는 다르지만 마음은 통할 수 있으니 진심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는 지난 5월 현진 스님의 초청으로 김 목사와 천주교 송열섭 신부, 유교의 청주향교 박영순 전교 등이 관음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식에 참가한 것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를 주선한 청주 삶터교회 김태종 목사는 “바람이 푸른 바다를 건너와도 푸르게 변하지 않고, 단풍나무 숲을 건너온다고 해도 울긋불긋해지지 않듯 예수님이라고 모든 것을 이뤄주지는 않는다”며 인간의 무한한 욕심을 지적한 뒤 “서로를 보듬는 오늘의 행복한 나눔이 종교간 화합의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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