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아와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우리 시대의 `큰 어른'으로 한평생 사랑을 실천하다 16일 저녁 선종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는 17일 새벽부터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일반 시민의 조문이 시작되자 본관 대성전에는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앉을 자리가 없어지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으며 일부는 통로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대성전을 찾은 시민들 중 일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추기경이 비교적 편안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았기 때문인지 대부분은 숙연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천주교식 위령 기도인 연도(煉禱)가 낭송 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신자들이 앉는 자리 맨 앞까지 나와 제대 위의 유리관 속에 모셔진 김 추기경의 시신을 지켜보면서 `큰 별'이 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김병수(74)씨는 "어제 오려다 너무 늦어서 오늘 아침 경건한 마음으로 뵈려고 5시에 일어나 6시쯤 가까스로 도착했다"며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였고 그분의 말씀은 우리 민족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며 애도했다.
명동성당을 50년 동안 다녔다는 김명자(64.여)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다녔는데 초창기에는 김 추기경님이 젊은 사제였다. 성당 뜰에서 어린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셨던 소박한 분이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박선영(43.여)씨는 "TV로 소식을 접하고 오늘 아침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왔다"며 침통해하며 "여전히 빛으로 우리는 비추시는 것 같다. 그 빛이 우리를 다시 화합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교복을 입고 등교 전에 성당을 찾은 조우리(18)양 등 여고생 3명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김 추기경님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잘 모르지만 천주교 신자로서 꼭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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