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장례식이 열린 20일 서울 명동성당에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은 "제가 추기경님을 많이 괴롭혀 드렸다"고 입을 떼며 "민주노총 활동할 때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을 성지삼아 농성 많이 했는데 그분이 울타리가 돼 주셨다"고 회상했다.
안상수(한나라당) 의원은 "오늘 큰 어르신을 보내니 가슴이 텅 빈것 같다. 천국에 가셔서도 우리나라가 통합을 할 수 있도록 기도를 많이 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은 "75년 서울구치소 독방에 있을때 추기경님이 차입금(差入金)을 넣어주신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바깥에서 구원의 빛이 들어온 것 같았다"며 김 추기경과의 생전 인연을 떠올렸다.
정몽준(한나라당) 의원은 김 추기경의 묘비에 새겨질 문구인 `아쉬울 것이 없어라'를 가볍게 되뇌며 "우리 가슴에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말"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날 김 추기경의 장례식에는 주한 외국 대사들도 참석해 한국인들에게 `사랑과 화합'의 뜻을 남긴 `큰 어른'의 선종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마씨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종교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추기경의 성품을 존경하기 때문에 오늘 명동성당을 찾아왔다"며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안타까워했다.
김 추기경과의 친분으로 이날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 공지영 작가는 "추기경님이 돌아가시면서 여러모로 새로운 `눈'을 기증하고 가신 것 같다"며 "추운데도 조문을 하기 위해 이곳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얼마나 의지할 곳이 없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끝을 흐렸다.
송진원 기자 san@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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