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스님
정진석 추기경 “항상 감사”
21세기를 연 지 어느덧 10년. 시대의 초심을 열게 할 종교계 지도자들의 책이 동시에 나왔다.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 법전(84·위 사진) 스님은 <누구 없는가>(김영사 펴냄)라는 자서전을, 한국 가톨릭의 최고어른 정진석(78·아래) 추기경은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가톨릭출판사 펴냄)라는 책을 각각 냈다. 두 어른이 전하는 행복론은 뭘까.
법전스님 “자신 알아야”
◇ 누구 없는가 ‘행복에 이르는 길이 있는데 사람이 걷지 않을 뿐이다. 행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에 있으며, 그것은 수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수행이라는 길을 꾸준히 걸어보라. 오래 하다 보면 틀림없이 들어가는 곳이 있다. 반드시 깨칠 수 있으며 깨치면 부처가 되는 것이다.’
법전 스님은 행복론으로 책을 열었다. 행복의 비결은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 없는가>는 성철 스님의 물음이자, 그가 80 평생 자신에게 물어온 화두였다. 14살이던 1938년 전남 장성군 백양사 청류암에 입산한 이래 선방에서 한번 앉으면 절구통처럼 움직일 줄 모른다고 해서 ‘절구통 수좌’로 불릴 만큼 철저히 수행했던 그이지만 그라고 고속도로만 달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공부에 진척이 없자 ‘마음을 밝히지 못한 채 죽으면 법전이란 존재를 태평양 한가운데 어디 가서 찾을 수 있을 것이냐’며 무수히 통곡하곤 했다는 그의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다.
정진석 추기경 “항상 감사”
◇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행복의 근원은 뭘까.’ 많이 가지는 것일까. 학식이 많은 것일까. 명예를 얻는 것일까. 아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한 것이다. 정 추기경이 출간에 즈음해 8일 서울 명동성당 내 추기경실에서 한 기자간담회의 주요 맥락도 그의 삶을 평화로 인도한 행복론이었다. ‘동녘이 밝아 올 때 눈을 뜨면 또다시 새날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신년 초하루에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일 년 내내 행복한 삶을 살도록 축복을 빌듯이,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그날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에 어머니 품 안에서 별 탈 없이 자라났다는 사실부터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매 순간 아무 불편 없이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큰 은혜고, 끼니때마다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의 책 머리말 속에서 벌써 햇빛 쏟아지는 축복이 느껴진다. 축복은 매사 고마워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그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고 있다. 책엔 할아버지가 마치 다 자란 손자 손녀들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듯 인생과 자유, 행복, 결혼 등에 대한 자상한 설명이 담겨 있다. 정 추기경은 “새해엔 좀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자주 하고,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자”고 했다. 햇빛 쏟아지는 나날을 위해. 조현 기자
정진석 추기경 “항상 감사”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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