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종교

“자승·박형준 수석 충청 동행 주지들에 세종시 협조 요청”

등록 2010-03-28 19:55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법문을 마친 뒤 발언 요지를 정리한 문건을 챙겨들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법문을 마친 뒤 발언 요지를 정리한 문건을 챙겨들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명진스님, 총무원·정권 유착의혹 추가제기




“MB 국정수행에 힘 실어주자 발언도”
자승쪽, 명진스님 주장 반박글 내놔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28일에도 자승 총무원장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명진 스님은 평소 일요법회의 2~3배가 넘는 2천여명이 모인 이날 법회에서 ‘조계종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자승 총무원장의 정권 유착 의혹들’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명진 스님은 지난 26일 <한겨레>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 대선 막바지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봉은사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 내용’을 이날 다시 한번 언급했다. 그는 이어 총무원이 논란 중인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권의 여론몰이를 거들고 나섰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승 스님은 지난해 12월24일 박형준 정무수석과 함께 충청도에 내려가 마곡사, 수덕사 등 지역 절 주지들을 모아놓고 세종시 문제 협조를 요청했다”며 “그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우리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또 “재작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에서 불교지도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자승 스님은 ‘각하, 소나기를 피하고 봐야지요’라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봉은사 사태’는 소나기가 아니라, 총무원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내리는 장맛비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자승 총무원장이 봉은사 직영 지정을 철회할 때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에선 법회 전날인 27일 총무부장 영담 스님과 기획실장 원담 스님을 봉은사에 보내 명진 스님을 만나게 했으나, 양쪽은 분명한 견해차만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명진 스님이 폭로전을 계속할 뜻을 명확히 한 만큼 총무원과 중앙종회가 봉은사 직영지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총무원과 여권의 유착 의혹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해온 자승 총무원장 쪽은 이날 처음으로 명진 스님의 발언내용에 대한 반박글을 대변인 원담 스님 명의로 내놓았다. 총무원 쪽은 “촛불집회 관련 청와대 발언은 자승 스님이 아니라 다른 종단 관계자의 발언이었으며,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상득 부의장과 다른 어떤 사찰도 가지 않았고, 이명박 후보를 봉은사 법회에 소개해 달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총무원은 또 “지난해 12월24일엔 충청지역 본말사 주지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저녁식사 자리에 박형준 정무수석이 찾아와 본인의 입장을 설명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천안함 침몰사고자들의 기적적인 생환을 바라는 법문으로 법회를 연 명진 스님은 36년 전인 1974년 충무 앞바다에서 159명이 숨진 해군예인정(YTL) 침몰사고 당시 유일한 동생을 잃고, 그 충격으로 다음해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모든 가족을 잃은 사연을 전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에 다녀오지 않은 국가 지도자들이 피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자식들을 보낸 부모 형제의 애끊는 심정을 알 수 있겠느냐”면서 “징집영장이 나올 때마다 행방불명된 안상수 원내 대표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향해 좌파로 몰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담은 옛시를 읽은 뒤 “오늘 아침 법당에서 기도하던 중 ‘부처님 천일간이나 기도했는데, 내가 왜 이 무거운 짐을 져야 합니까’…”라며 말을 잊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신자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명진 스님이 이어 “그러나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하자 박수소리와 함께 ‘힘내라’는 연호가 법회 이후까지 계속되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지난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의 분수령이 된 전국승려대회에서 거침없는 웅변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바 있다.

지난 11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안건이 조계종 중앙종회를 통과한 이후 명진 스님이 일요법회에서 종단 및 여권 비판 발언을 한 것은 지난 14일, 21일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