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연 ‘대안 기독교 토론회’
끊임없이 달라지는 것은 휴대폰이나 서울의 스카이라인만이 아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회장의 구호에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는 기업, 선거로 교체되는 권력들이 ‘모든 걸 다 바꾸라’는 이정현의 노랫말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모든 게 다 변해도 변할 수 없다는 곳이 있다. 보수적인 종교계다. 그런 ‘정통 보수’가 ‘주류’인 한국 개신교에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며 ‘이천년 기독교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박형규·조화순 목사 등 진보적 종교인 총출동
‘숭배’보다 ‘개방’ 강조…‘어정쩡 진보’에 일침 오는 19일 오후 2~7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세기연)가 주최하는 ‘새로운 대안 기독교 대토론회’에서다. ‘진보 쪽’의 대부 격인 박형규 목사가 축사를 하는 이 토론회엔 정강길 세기연 연구실장과 미국 유니언신학대 현경 교수, 여성 민주화운동의 선구자인 조화순 목사, 재캐나다 신학자 오강남 교수 등 8명의 진보계 목사·신학자가 나와 토론을 벌인다. 기조발제에 나서는 정강길 실장은 먼저 “기독교 보수 근본주의자들의 성경무오류설이 착각”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성경 구절들은 뽑아낸 사람들의 해석학적 관점에 따라 선택돼 배치, 배열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종교를 ‘숭배성 종교와 개방성 종교’로 분류했다. 그는 “종교의 핵심 가치는 기존의 것에 대한 숭배에 있다기보다 오히려 기존의 것에 대한 열린 수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대이즘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 예수와 힌두이즘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 붓다처럼 ‘열린 수정’이어야 한다면서, 만약 그런 열린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한국 기독교는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강남 교수는 자신이 활동하는 캐나다의 사례를 통해 정 실장의 경고를 뒷받침한다. 1985년 캐나다 통계조사에선 매주 종교의식에 참여한다는 사람의 비율이 3명 중 한 명꼴이었으나 2005년엔 5명 중 한 명꼴로 줄었으며, 특히 청소년층이나 청장년층의 종교의식 참여율은 1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이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영적 추구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제도나 교리, 종교 예식에선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영적 차원이나 가치를 거부하거나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 교수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전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이들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차이는 성경을 문자적, 즉 표피적으로 읽느냐, 아니면 영적, 심층적으로 읽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그는 ‘21세기 그리스도교는 신비주의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말 것’이라는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의 말을 인용해 무조건적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가 아니라 깨침의 종교가 되고, 깨침이 민주화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성서신학자인 경성대 김명수 교수는 ‘오직 성서만으로’를 부르짖은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폐해를 분석했다. 중세 기독교에선 교황이 해석권을 가졌다면 개신교에선 교파마다 그들이 만든 교리가 해석권을 가져 성서해석자마다 자기만이 유일한 성서 수호자라고 주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 대광고 교목인 류상태 목사는 새로운 기독교의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진보 기독교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진보개신교의 그런 선행이 우리 사회에 독을 내뿜는 주류개신교의 독선과 배타, 사회갈등, 문화적 폭력행위에 방패가 되고 숙주 역할을 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세기연, <한겨레> 자료사진 ▶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숭배’보다 ‘개방’ 강조…‘어정쩡 진보’에 일침 오는 19일 오후 2~7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세기연)가 주최하는 ‘새로운 대안 기독교 대토론회’에서다. ‘진보 쪽’의 대부 격인 박형규 목사가 축사를 하는 이 토론회엔 정강길 세기연 연구실장과 미국 유니언신학대 현경 교수, 여성 민주화운동의 선구자인 조화순 목사, 재캐나다 신학자 오강남 교수 등 8명의 진보계 목사·신학자가 나와 토론을 벌인다. 기조발제에 나서는 정강길 실장은 먼저 “기독교 보수 근본주의자들의 성경무오류설이 착각”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성경 구절들은 뽑아낸 사람들의 해석학적 관점에 따라 선택돼 배치, 배열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종교를 ‘숭배성 종교와 개방성 종교’로 분류했다. 그는 “종교의 핵심 가치는 기존의 것에 대한 숭배에 있다기보다 오히려 기존의 것에 대한 열린 수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대이즘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 예수와 힌두이즘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 붓다처럼 ‘열린 수정’이어야 한다면서, 만약 그런 열린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한국 기독교는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강남 교수는 자신이 활동하는 캐나다의 사례를 통해 정 실장의 경고를 뒷받침한다. 1985년 캐나다 통계조사에선 매주 종교의식에 참여한다는 사람의 비율이 3명 중 한 명꼴이었으나 2005년엔 5명 중 한 명꼴로 줄었으며, 특히 청소년층이나 청장년층의 종교의식 참여율은 1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이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영적 추구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제도나 교리, 종교 예식에선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영적 차원이나 가치를 거부하거나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 교수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전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이들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차이는 성경을 문자적, 즉 표피적으로 읽느냐, 아니면 영적, 심층적으로 읽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그는 ‘21세기 그리스도교는 신비주의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말 것’이라는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의 말을 인용해 무조건적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가 아니라 깨침의 종교가 되고, 깨침이 민주화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성서신학자인 경성대 김명수 교수는 ‘오직 성서만으로’를 부르짖은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폐해를 분석했다. 중세 기독교에선 교황이 해석권을 가졌다면 개신교에선 교파마다 그들이 만든 교리가 해석권을 가져 성서해석자마다 자기만이 유일한 성서 수호자라고 주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 대광고 교목인 류상태 목사는 새로운 기독교의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진보 기독교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진보개신교의 그런 선행이 우리 사회에 독을 내뿜는 주류개신교의 독선과 배타, 사회갈등, 문화적 폭력행위에 방패가 되고 숙주 역할을 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세기연, <한겨레> 자료사진 ▶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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