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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종훈 신부 “삼성 비자금 폭로 보복인사” 비판

등록 2010-08-17 08:15수정 2010-08-17 08:44

‘3년 연속 안식년’…천주교 이례적 장기 무보직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주선했던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 대표 전종훈(54·사진) 신부가 최근 서울대교구의 사제 인사발령에서 제외돼 3년째 보직을 받지 못한 채 안식년 상태를 이어가게 됐다. 천주교 내부에서는 “한국 천주교 역사상 유례없는 일로, 삼성 비자금 사건 등을 폭로한 사제단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일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7일을 시행일로 사제들의 인사를 냈다. 하지만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인 2008년 8월 안식년 발령을 받은 전 신부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3년 연속 안식년 인사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가톨릭계에서는 삼성 비자금 폭로에 앞장을 선 전 신부가 사실상 ‘징계성 인사’를 받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계의 한 인사는 “이례적인 (안식년) 인사라 해도 1년이면 됐고, 2년이면 과하고, 3년은 경악스러운 것”이라며 “전 신부의 인사는 ‘삼성 문제에 나서지 말라’는 서울대교구장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천주교 사제 인사는 교구장의 고유 권한으로, 전 신부의 안식년 연장은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뜻이다. 사제단 관계자는 “서울대교구도 3년 연속 안식년 발령이 부담스러웠던지 8월 인사에 앞서 전 신부에게 맹인선교공동체를 맡으라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 신부가 ‘과거 인사의 불합리함을 바로잡기 위해 본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정 추기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안식년을 연장했다.

이에 가톨릭계 내부에선 “죄지은 자들은 용서받고, 불의를 폭로한 신부는 징계를 받는 게 현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연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은 데 이어, 최근 8·15 광복절 특사를 통해 이학수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등 유죄가 확정된 전직 고위 임원들이 모두 사면을 받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는 16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정 추기경은 세상의 불의를 외면하고, 부정에 눈감고, 부패한 정권에 아무런 말을 하지 말라고 종용하고 있다”며 “중요한 시기에 역사적 고민이 없는 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정 추기경을 비판했다. 또 함 신부는 “천주교가 삼성의 눈치를 보진 않겠지만, 불의에 침묵하며 공범자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불의를) 외면하면 상대방이 알아서 대접해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신부가 대표로 있는 사제단은 곧 정 추기경에게 이번 인사에 대한 공개질의를 할 계획이다. 문정현 신부도 이번 인사 등에 항의하는 뜻으로 지난 10일부터 명동성당에서 1인 기도를 시작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서울대교구의 이희연 문화홍보팀장은 서울대교구의 공식 입장이라며 “면직이나 정직 등과 달리 안식년은 사제생활을 하는 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징계가 아니다. 사제 인사는 교구장의 고유 권한으로 (이번 인사가) 이례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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