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써서 당선됐다”고 고백한 전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왼쪽)와 돈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기총 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자료사진
“길자연 회장 쪽에서 돈 받았다” 양심고백 이어져
이광선 전회장 “나도 돈 썼다”…안팎서 개혁 요구
이광선 전회장 “나도 돈 썼다”…안팎서 개혁 요구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개신교 ‘명예직’을 둘러싼 금권선거 의혹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한국 교회의 최대 연합조직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터져나와 파장이 크다. 돈선거의 뇌관은 지난해 12월21일 임기 1년의 새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길자연(70) 목사의 선거부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전임 대표회장 이광선(67) 목사가 터뜨렸다. 이 목사는 지난 9일 ‘한국 교회에 드리는 참회와 호소의 글’을 발표해 ‘1년여 전 자신도 돈선거를 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처음 출마했을 때 양심과 법규정에 따라 선거를 치른 결과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로 쓰라린 패배를 겪었을 만큼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현재의 한기총 풍토이며, 다음번 선거에서 남들처럼 하라는 말을 듣고 선거에 임해 당선되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어 ‘그 뒤 금권선거를 추방할 제도개혁을 위해 한기총 변화발전위원회를 두고 개혁을 하려 했으나 집단 이기심과 이해관계에 휘말려 총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의 고백 다음날엔 예장합동소속 강주성 목사(송파보라성교회)가 지난해 9월29일 교단 총회에서 40여명의 예장합동 쪽 목회자들이 길자연 목사 쪽으로부터 1인당 100만원씩 4000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내용을 폭로했다.
이어 한기총 스포츠위원장 김화경(53·전우교회) 목사가 “지난해 12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투표장에서 길 목사 쪽 선거운동본부장으로부터 5만원권 10장이 든 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개신교계 내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한국 교회와 한기총의 개혁을 위한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성명에서 “이번 기회에 한국 교회 안에서 금권 선거를 영구히 추방해야 하고, 끝내 개혁을 해내지 못하면 한기총을 해체하고 새로운 연합 기구를 창립해 줄 것을 한국 교회에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돈선거 폭로와 개혁 요구에 대해 길자연 목사 쪽은 ‘자신들을 흔들려는 쪽의 계략’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길 목사는 “김화경 목사는 우리 교단 소속이라지만 모르는 사람이고, 홍재철 목사(길목사 쪽 선거대책본부장)도 그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했다”며 “돈에 대해선 전화상으로 더 이상 얘기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길 목사 쪽인 한기총의 한 간부 목사는 “교단 총회장 선거에서 큰 교단의 경우 30억~50억원을 쓰는 게 ‘공공연한 비밀’로 돈선거가 길 목사만의 문제가 아닌데, 현 대표회장이 모든 것을 뒤집어쓸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항변했다. 이번 사태로 1989년 진보교단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맞서 창립된 보수교단 연합체인 한기총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한기총 개혁에 발벗고 나선 서경석 목사(조선족교회)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의 개인 감정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이광선 목사의 참회와 호소를 ‘개인 감정 때문에 한국 교회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고 한기총을 분열시키는 것으로만 본다면 현실을 잘못 안 것”이라며 “당연한 것처럼 관행으로 굳어진 돈선거를 추방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에 희망이 없으므로 돈선거 풍토를 개혁하지 못하면 차라리 한기총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목회포럼(김인환 대표)도 최근 누리집에 올린 ‘한기총을 향한 조언’에서 “금권선거에 관련된 사람들은 빨리 모든 직을 놓고 회개하고 한기총 스스로 개혁에 나서 한국 교회의 건강한 대표기관으로 거듭나라”고 호소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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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거 폭로와 개혁 요구에 대해 길자연 목사 쪽은 ‘자신들을 흔들려는 쪽의 계략’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길 목사는 “김화경 목사는 우리 교단 소속이라지만 모르는 사람이고, 홍재철 목사(길목사 쪽 선거대책본부장)도 그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했다”며 “돈에 대해선 전화상으로 더 이상 얘기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길 목사 쪽인 한기총의 한 간부 목사는 “교단 총회장 선거에서 큰 교단의 경우 30억~50억원을 쓰는 게 ‘공공연한 비밀’로 돈선거가 길 목사만의 문제가 아닌데, 현 대표회장이 모든 것을 뒤집어쓸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항변했다. 이번 사태로 1989년 진보교단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맞서 창립된 보수교단 연합체인 한기총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한기총 개혁에 발벗고 나선 서경석 목사(조선족교회)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의 개인 감정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이광선 목사의 참회와 호소를 ‘개인 감정 때문에 한국 교회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고 한기총을 분열시키는 것으로만 본다면 현실을 잘못 안 것”이라며 “당연한 것처럼 관행으로 굳어진 돈선거를 추방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에 희망이 없으므로 돈선거 풍토를 개혁하지 못하면 차라리 한기총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목회포럼(김인환 대표)도 최근 누리집에 올린 ‘한기총을 향한 조언’에서 “금권선거에 관련된 사람들은 빨리 모든 직을 놓고 회개하고 한기총 스스로 개혁에 나서 한국 교회의 건강한 대표기관으로 거듭나라”고 호소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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