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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분노를 버려라”

등록 2005-07-05 17:15수정 2005-07-05 17:15

지난 2일 (사)문화세상 이프토피아가 연 명상행사에 참석한 텐진 팔모 스님. 사진작가 이유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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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사)문화세상 이프토피아가 연 명상행사에 참석한 텐진 팔모 스님. 사진작가 이유진 제공 \\

티베트 승려 텐진 팔모 방한 “아이들 TV 대신 명상케하라”
“자비심·인내가 진정한 힘”…한국 주부·운동가들에 충고

“분노로는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세상을 좀더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자비심이 필요하다.”

영국 출신의 티베트 여성 승려로 유명한 텐진 팔모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지난해 세계여성불자대회에 이어 두번째다. 지난 4일 서울 봉천동 불교티브이 회의실에서 만난 스님은 한국의 주부와 운동가를 위해 여러가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차별받는 일이 많은데 왜 그런가.

=예부터 남성은 물리적으로 힘이 세고 사냥에 나서는 일을 주도한 반면,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힘을 쏟아 조력자에 머물렀다. 또 남성들이 쓴 세상의 모든 책은 남성들의 이야기인 ‘히스토리’(역사)였고 여성의 이야기인 ‘허스토리’는 없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조차 남성의 권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여성 자신도 ‘남성은 우월하다, 남성은 전생에 선업을 쌓았다’고 생각해왔다. ‘가만, 내가 아니면 남자들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잖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성 종교인들이 많은데도 지도자들이 적은 이유는.

-그동안 남성들과 동등하게 지원받지 못하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도 있었고, 같은 여성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스스로 붕괴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교육받은 여성이 많아졌다. 자신감을 가진 여성들이 남성 위주의 시스템을 극복하고 있다. 법사들 가운데도 최고의 지위에 있는 비구니들이 많아졌다. 곧 여성들에게 좋은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왜 권력을 쥔 여성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남성처럼 변하는가.

=여성이 권력을 얻으려면 강해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성을 부인하게 된다. 여성도 남성의 호전성과 무자비성을 모방하게 됐다. 호전성은 잘못된 세상을 만든 근본적인 원인인데, 여성이 이런 나쁜 점을 닮으려 한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라. 다스 베이더라는 악의 화신이 화를 내는 주인공 스카이워커에게 “계속 화를 내라. 그러면 너는 우리와 같은 부류다”라고 한다. 선이든 악이든, 공격성과 분노에 차서 하는 행동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분노가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고개를 흔들며)절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좋은 운동일지라도 분노 대신 가슴 속에는 자비심이 흘러야 한다. 분노를 뿌리면 분노를 거두게 되고, 그만큼 더 많은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대신 자비심은 큰 변화를 거둘 수 있다. 간디, 달라이라마, 마틴 루터 킹처럼 진정 사회를 바꾸고 인류의 마음을 움직인 큰 운동을 해낸 이들은 분노에 차 대중을 선동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하겠다면서 분노를 품고 있으면 온 몸에 독이 퍼진다. 자비는 남에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베풀어야 한다. 또 일상에서 인내심을 수행해야 한다. 인내와 억압은 다르다. 인내는 화가 났다는 것을 인정한 채 관용으로 문제를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힘이다.

-요즘 한국의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대단히 힘들다. 경쟁이 심해져서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아이에게 돈, 성공, 권력, 섹스의 숭배를 심어주는 것은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다. 속도가 빠르고 자극적인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을 멀리하도록 해야한다. 명상을 배운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마음을 비울 수 있어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지, 아이의 업적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알려줘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 공부를 못해서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 아이는 커서도 배우자나 상사의 사랑을 못 받을까봐 두려워하게 된다.

-자비심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움을 없애고, 무슨 일을 하든 마음을 온전히 바쳐서 하라. 우주 만물은 하나다. 본질적으로 만물은 서로 거미줄처럼 강력하고 깊게 서로 연관돼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통틀어 하나로 연결 돼있다. 나와 남이 하나로 연결돼있다고 생각하고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마음을 다해보라. 모든 존재가 오늘 하루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이해하라.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12년 동굴 수행 “여성 성불 못한다” 편견 도전

텐진 팔모 스님은 1943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심령술사였던 까닭에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영혼의 세계에 관심이 많았다. 스님은 여성의 몸으로 성불할 수 없다는 티베트 불교계의 편견을 깨고 12년 동안 티베트 동굴에서 홀로 수행을 해 성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영국의 여성 언론인 비키 매켄지는 그를 만난 뒤 감동을 받아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세등스님 번역·김영사)는 책을 쓰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성불자대회에 참석했을 때는 대중과 만날 기회가 적었던 반면, 올해 방문길엔 대중강연 계획을 촘촘하게 짰다. 봉은사(7일, 깨달음을 향한 수행과 삶), 불광사(10일, 바쁜 일상 속에서 다르마의 수행), 능인선원(18일, 작은 나눔 큰 깨달음)에서도 잇달아 대중 강연이 계획되어 있다. 스님은 한 해 가운데 3개월 정도씩은 꼭 외국에서 불법 강의를 한다. 티베트 비구니 승원인 ‘동규갓찰링’의 설립 기금을 모으려는 까닭이다. 승원 건립기금에 뜻을 보태고 싶은 이들은 불교여성개발원(02-722-2101~2)으로 연락하면 된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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